강세를 보이는 달러가치와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규모 확대 소식에 달러당 110엔대의 늪에 빠진 엔화환율이 111엔대에 바짝 다가섰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됐지만 안전자산인 엔화시세는 여전히 보합세에서 약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강행한 후 달러당 104엔 수준의 초강세를 보였던 엔화환율은 전날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과 지난주 소폭 상승으로 마감한 뉴욕증시에도 불구하고 110엔대 중반에서 소폭 변동을 보였다.

 

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110.43엔에 거래를 시작하며 장 시작과 동시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내 상승, 한국시간 오전 2시 30분께 전 거래일 대비 0.43엔(0.39%) 오른 110.90엔에 거래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자산축소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며 달러가 한층 강세를 보이겠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며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엔화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환시장 전문가들 역시 투자자들과 일본 기업의 달러 매수세가 강하지만 리스크 확대에 따른 엔화 매수 역시 이어지고 있어 시세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국발 무역 갈등 심화에도 급격한 엔고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무역전쟁의 막이 올랐지만 엔고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해외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일본 기업의 달러 매수 ▲미국의 금융정책 변화를 꼽았다.

 

외환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 투자자들과 일본 기업들이 미국 고용지표 호조 등에 힘입어 달러 매수에 나서며 상대적으로 엔화가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일 전 거래일 대비 0.46% 하락한 93.96을, 이날 역시 93.76으로 0.49% 하락한 채 거래 중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올 초 88 수준이던 달러가치가 최근 95 수준으로 급등하며 강세를 보였다는 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73.73포인트(1.12%) 오른 2만4730.21로 상승 출발하는 등 강달러 재료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보유자산 축소에 나선 미 연준이 이달부터 종전의 3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자산축소 속도를 높이는 점도 엔화시세에는 득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통화 발행량이 금리·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금융완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와 유로화에 비해 달러화는 유동성이 떨어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무역전쟁 속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달러 때문에 엔화 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엔저 기대감보다 강달러 대비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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