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부당하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보냈지만 일본은 “수출관리를 둘러싼 양국 간 협의가 2016년 6월 이후 열리지 않았고 한국의 무기 수출관리 체제가 미비하다”며 합당한 절차라고 반박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4일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감 시한까지 3만건 이상의 의견이 제출됐다며 “90% 이상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통상적으로 정부의 정책 의견 공모에는 수십건 정도가 모이는데 그치지만 이번엔 3만건을 넘어섰다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NHK 등은 정부가 법령 개정 작업을 거쳐 8월 중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지목한 수출관리제도 미비 등과 관련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통제 강화조치 원상 회복과 백색국가 제외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공식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일본이 주장하는 사유들은 모두 근거가 없다”며 “양국 간 경제협력 및 우호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한국의 의견서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주장은 근거가 불확실하고 상세한 설명도 없었다”며 한국을 비난했다.

참의원 선거를 끝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바세나르 체제 등 국제 루트 하에서 안보를 목적으로 수출 운용을 재검토한 것이지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한국은 일본과의 거래에서 우대조치가 사라지며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 수출 시 개별심사가 필요해진다.

일본은 자국 기업이 백색국가로 수출할 때는 한 번만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포괄 허가제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이 지정한 27개 백국가에서 인정을 취소하려 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실제로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포괄 허가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지만 별도의 우대조치는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지만 현실화될 경우 한국 기업은 매번 일본 정부에 수입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일본 기업은 수출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