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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창업디렉터로서 무분별하게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카페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일하기 수월해서, 격조가 있을 것 같아서, 내 여가를 즐길 수 있어서라는 다소 옹색한 이유들로 카페 창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어느새 카페 창업률보다 폐업률이 더 높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2017년 하반기 기준 서울 커피숍은 1만5052개였다. 이는 상반기 대비 약 2.4% 줄은 것인데 창업보다 페업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폐업률이 늘어나는 것은 카페 시장의 과열 경쟁도 한 몫 하지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서울에서 폐업률이 가장 높은 용산의 경우 작년 12월, 1층 매장 기준 월 임대료가 전분기 대비 1.9% 올랐다. 마포는 3.1%, 중구 역시 1.2% 증가했다. 때문에 작년 하반기 서울의 평균 카페 창업률은 3.2%였는데 폐업률은 그보다 높은 4.5%.를 기록했다. 이제 카페 창업을 앞서 언급한 옹색한 이유로 성급히 진행하기엔 감당해야 할 출혈이 너무 크다. 

 

필자는 대형 카페일수록 문화와 연계한 카페 창업을 신중히 권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에서 권고하는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를 배제하고 그 공간에 대한민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문화 연계형 카페를 창업하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카페 사장에게는 예술작품으로 점포를 인테리어 할 수 있는 행운을 서로에게 선사하자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필자에게 보테니컬아트(식물세밀화)를 하는 예술가 혹은 시를 짓는 시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 할 공간이 없다는 하소연을 해 온 적이 있다. 기존의 카페는 이미 인테리어가 완성된 상태라 그들의 작품을 전시 할 공간도, 어울림도 마땅치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카페 창업은 이들의 작품을 전시할 공간에 대한 구상을 하면서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지역 예술 커뮤니티와 협력해 카페를 문화연계형으로 창업 한다면 인테리어 비용도 절감되고 고객들에게는 수준 높은 예술 관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솔직히 카페 오픈 후 오전시간은 매출보다 인건비와 전기료가 더 나오는 시간대다. 이 시간대를 활용해 커뮤니티의 모임이나 예술 아카데미의 학습시간을 카페에서 갖게 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예술가들의 작품 뿐 아니라 인적 네크워크 역시 활용해 카페의 죽은 시간을 살려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카페의 인테리어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를 위한 솔루션 제안이 아니다. 예술가들이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예술생태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한 언론에서 ‘예술인들의 개인 월평균 소득’을 서울에 사는 예술인 430명에게 실태조사 한 결과가 있다. 401만원 이상 되는 고소득자도 있었지만 그들은 1.4%로 미미한 수준이다. 51만원에서 100만원이 28.4%로 가장 높았고, 50만원 이하도 18.4%나 됐다. 더욱 처참한 것은 수입이 아예 없음이 5.3%나 나왔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 할 공간을 얻는 다는 것은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연계형 카페, 이런 선진국형 카페의 오픈은 비단 장사를 잘 되게 함은 물론 대한민국 예술인들을 돕고 그들에게 땅을 딛고 설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사자성어 중 보합대화(保合大和)라는 말이 있다. 한마음을 가지면 큰 의미(意味)의 대화합(大和合)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카페와 예술은 보합대화의 진정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제 예술이 생활로 들어와야 하는 시대다. 격조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벗어나 소시민들의 생활 반경 안으로 직접 들어와야 한다. 그런 문화의 초석을 앞으로는 카페들이 앞장서서 만들어나가야 함이 옳다. 단순히 먹고 떠들고 쉬는 공간에서 진일보해 보고 느끼고 감상하는 고차원적인 공간으로의 변신, 대한민국 카페들이 그런 카페로 변신 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본다.  <글 : 창업디렉터 김동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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