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네이버]

 

[서울와이어] 영화 ‘침묵’, ‘은교’로 알려진 정지우 감독의 이전 작품 ‘해피 엔드’는 과연 ‘해피 엔드’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영화이다. 영화는 내용은 제목과 반전적으로 배신당한 이의 잔인한 복수극이다.

 

서민기(최민식 분)는 열심히 일했지만, 은행에서 실직한 상태이다. 반면 그의 아내인 최보라(전도연 분)은 너무나도 잘 나가는 영어 학원 원장이다. 서민기는 현실에 만족하며 헌 책방에서 연애 소설도 보고, 티브이도 반쯤 누운 상태로 즐기며 가정주부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분유를 먹는 갓난 아이도 있었다. 최보라는 이런 가정을 소중히 생각하면서도 대학 시절 연인인 김일범(주진모 분)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학원에서 김일범과 남편 서민기가 만나게 되었지만 아주 여유롭게 대처한다. 어느 날 서민기는 차 내부를 청소하다 우연히 톨게이트 영수증을 발견한다. 약간의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의 키에서 알 수 없는 키 하나를 발견한다. 서민기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김일범네 집을 찾아 가게 되고, 그 키로 김일범 집이 열리게 되는 순간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 온다. 김일범네 집안에는 최보라와 김일범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말없이 하나의 음악만이 서민기의 마음을 대변한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 

 

한편 최보라는 점차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죄의식으로 김일범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했다. 김일범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그녀의  집 앞까지 찾아온다. 김일범을 만나러 나가야 하는데 아기가 잠을 자지 않자 분유에 수면제까지 타게 된다.

 

서민기가 집으로 왔을 때 아기는 고열에 시달리고 분유통에서 개미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이를 안고 응급실에 다녀온 서민기는 결국 집 앞에서 부둥켜 안고 있는 최보라와 김일범을 보게 된다.

 

그리고 최보라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복수의 칼을 꺼낸다. 그의 복수가 끝난 후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이 다시 흐른다.

이 영화에서 서민기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음악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이다. 

 

《피아노 트리오 2번》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3중주의 작품으로 1827년 슈베르트 사망 전 작곡한 작품 중 하나이다. 작곡 후 바로 1828년에 출판될 정도로 당대 인기가 좋은 작품이었다. 1828년 1월 슈베르트의 친구인 요셉 폰 파룬 (Josef von Spaun)의 약혼식 때 초연되었다. 영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배리 린든’ 등에도 삽입된 유명한 작품이다.

 

 

<글: 김유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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