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그룹 구광모 회장

 

 

[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주요 그룹 총수 중 최연소인 LG그룹 구광모 회장.

 

회장 대신 '대표'라는 직함을 쓰고, 소통을 중시하면서 직원들과 접촉면을 넓힌 것은 '젊은 총수'에 거는 기대에 부응, 곳곳에서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 LG가(家) 4세 구광모 누구?

 

LG가(家) 4세인 구 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장남이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LG의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4세 경영의 선봉에 섰다.

 

구 회장의 친부는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범LG가의 전통에 따라 지난 2004년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했다.

 

1978년생으로 서울 영동고등학교,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는데 이듬해 과장 승진 이후 회사를 잠깐 떠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입학한 것. 미국 유학 도중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두 곳을 잠시 거치기도 했다.

 

이후 2009년 LG그룹에 복귀한 구 회장은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과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쳤다.

 

제조·판매·기획을 비롯해 국내외 및 지방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4년 LG 시너지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 해 11월 상무로 승진했다.

 

시너지팀에서 LG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시장 변화에 주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고 계열사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

 

지난해 LG전자의 성장사업 중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으로서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이후 작년 6월 29일 임시 이사회에서 LG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 인재 영입·사업 재편으로 조직 장악력 강화
   

구 회장은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G화학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LG화학 창립 이래 71년 만에 첫 외부 영입 CEO였다.

   

또한 지주회사인 LG에는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베인&컴퍼니의 홍범식 대표를 영입했고, 그룹 인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34명의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홍 사장은 현재 구 회장을 도와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은 취임 후 비핵심 사업으로 구분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재편 작업을 진행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보였다.

   

LG전자가 자동차부품,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성장동력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가 자동차용 조명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용 조명 사업에서 철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7월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9월 LG화학의 미국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업체 '유니실' 인수에 이어 올들어 LG생활건강의 미국 화장품업체 '뉴에이본' 인수,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 등은 신성장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밖에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 매각, 서브원의 MRO(소모성 자재 부문) 사업 분할, LG CNS 지분 일부 매각 등을 통해 사업 전문화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관철시켰다.

사진=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8년 9월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오른쪽), 담당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올레드(OLED)’를 살펴보고 있다

 

◆  '젊은 총수' 실용주의…겸손,소탈한 모습으로 계열사 '소통 강화'
   

'젊은 총수' 답게 구 회장은 소통을 중시한다.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계열사 직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출근할 때 복장이 사실상 '완전 자율화'됐다.

   

분기별로 400명의 임원이 모여 회장의 경영 메시지를 전달받고 명사 초청 강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임원 세미나는 100명 미만의 임원들이 매달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태의 'LG포럼'으로 전환했다.

   

구 회장은 그룹 내에서 자신을 지칭하는 명칭을 '회장'이 아닌 '대표'로 임직원들에게 당부하는가 하면 연초 시무식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으로 참석해 자유롭게 인사하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했다.

   

지난해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취임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LG의 융복합 연구개발(R&D) 클러스터인 마곡 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연구원과 직접 대화하는 등 소탈한 모습도 선보였다.

   

LG그룹 내부의 이런 변화는 모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 회장의 실용 행보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내부 소통을 강화하려는 여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째 접어들면서 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서 소통과 유연한 문화를 확대하고 혁신을 위한 협업을 강조하는 제도가 확산하고 있다.

 

LG전자에서 문화공연이나 세미나 등을 위한 소통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고 작년부터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청바지도 허용하는 완전 `복장 자율화`를 정착시키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걸맞은 유연함을 갖추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줄곧 "혁신을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문화 조성"을 강조해 왔는데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젊은 리더십이 인사·조직문화·연구개발(R&D)·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여러 분야에서 경영 체질을 개선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LG전자는 역동적 조직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 서초R&D캠퍼스 1층에 `살롱 드 서초`를 열었다.

살롱은 음악·문학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토론하는 소통의 장을 뜻하는 것으로 LG전자는 이곳에서 연구원들이 소속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나누고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아줄 수 있다는 게 회사 판단이다.

 

살롱 드 서초는 광장을 모티브로 설계됐고, 계단형 좌석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의자·테이블이 배치됐다.

 

특히 세미나, 강연, 토론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대형 디스플레이도 설치됐다.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자발적으로 기술 토론·강연이나 문화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LG전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33층에 `다락(多樂)`이라는 소통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이곳은 LG전자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경영진과 대화, 동아리 활동, 재능기부 수업 등 소규모 행사가 가능하다.

LG전자는 역동적 조직문화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CTO 부문은 `아이디어 발전소`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구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는 순차적으로 `근무 복장 자율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진행하던 복장 자율화를 확대해 매일 `청바지` 복장까지 허용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특히 구 회장은 인사나 인재 채용, R&D 등 그룹의 경쟁력 강화에 관련한 문제에 적극 나서며 본인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그룹 인사를 통해 LG화학 최고경영자(CEO)에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을 임명하는 등 주요 자리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 왔다.

 

2월에는 올해 첫 번째 비즈니스 행보로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공계 석·박사 인력 350여 명을 만나며 `R&D`와 `인재 확보`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확고히 했다.

구광모 LG 대표(오른쪽)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의 선택과 집중…과감해진 LG "긴 호흡으로 전략사업 강화"

 

구 회장이 경영진 회의와 이사회 등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온 `선택과 집중` 행보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 회장은 이사회에서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전략적으로 육성할 사업에 집중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구 회장은 경영진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지주사 대표로서 장기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길게 보자' 는 취지다.

 

지난 1년간 LG그룹의 변화를 살펴보면 구 회장의 혁신 의지가 잘 드러난다.

 

구 회장 취임 후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 사업을 철수시키는 등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부품, 로봇, 자동차용 조명 등 미래 사업에 주력하기 위한 전략이다.

 

LG전자의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 인수, LG화학의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기업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화장품 업체 뉴에이본 인수, LG유플러스의 케이블TV업체 CJ헬로 인수가 모두 같은 맥락이다.

 

그만큼 LG그룹 내부에서는 구 회장 취임 이후 빠르고 과감한 조직으로 변모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광모 회장 프로필
-생년월일: 1978년생-학력: 서울 영동고-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 졸업

-주요 경력LG전자 재경부문 대리 입사(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과장 (2007년),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 과장 (2009년),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 차장 (2011년), 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 (2013년), LG전자 HA사업본부 부장 (2014년), ㈜LG 시너지팀 부장(2014년), ㈜LG 시너지팀 상무 (2015년), ㈜LG 경영전략팀 상무 (2017년), LG전자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장 상무 (2018년) LG대표이사 회장 선임(201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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