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일본 지식인들이 반대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77명의 사회 지도층은 “우리는 마치 한국을 ‘적’으로 취급하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실수”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향해 양국 국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대립시키는 일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놨다.

와다 교수와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一橋)대학 명예교수, 오카모토 아쓰시(岡本厚) 전 세카이(世界) 편집장, 오카다 다카시(岡田充)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 이시자카 고이치(石坂浩一) 릿쿄(立教)대 준교수 등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들은 일본 주요 대학교 교수와 변호사, 언론인, 작가, 의사 등이다.

이들은 ‘이달 초 정부가 한국에 적용한 수출규제에 반대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는 찬성 서명을 요구하며 반도체 제조가 한국 경제에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조치는 한국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적대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며 인터넷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에서 오는 8월 15일까지 1차 서명 마감을 하겠다며 추이를 지켜보며 다음 행동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지식인들은 “한일 관계가 지금 악순환에 빠져 있지만 이제 이를 멈추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면서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립이나 분쟁에는 쌍방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고 현 상황에도 한일 양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일본 국민이므로 일단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의 문제를 지적하겠다”며 아베 정권의 잘못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이들은 처음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을 때 일본 정부는 지난해 ‘강제징용’ 판결과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자유무역 원칙에 위반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안보상의 신뢰 훼손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비판하며 사태가 심각해졌지만 “상대국이 취한 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보복조치를 취하면 상대방을 자극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특별한 역사적 과거를 지닌 한국과 일본의 경우 대립하더라도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올해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아베 정권은) 마치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과시한 듯 보였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만 완전히 무시하고 대화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보복이 한국의 보복을 불러오면 그 연쇄반응의 결과는 진흙탕”이라면서 “내년 도쿄 올림픽을 주최하는 일본 경제에도 큰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문제점도 언급하며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아베 정권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는데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내린 것은 국제법·국제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식민지 지배가 한국인에게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음을 인정하고 사죄·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일본 국민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화 해놓고 반성도 사죄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1998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02년 ‘북일 평양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한반도 강제병합 100년 담화’ 등을 토대로 일본 정부가 한국과 마주하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즉각 철회하고 한국 정부와 냉정한 대화·논의를 시작하기를 촉구한다며 “일본과 한국은 소중한 이웃이며 한국과 일본을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지식인들의 서명 운동에는 28일 오후 3시까지 이틀 간 약 1400명의 시민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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