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롯데주류 대표(왼쪽), 맥주 '피츠'.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영업통' 이종훈 약발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취임하면서 야심작 '피츠' 맥주를 내놨지만 기존 '클라우드' 맥주 부진을 상쇄해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그저 '아픈손가락'으로 머물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1년부터 이재혁 대표이사 1인 경영체제를 유지하다 지난해 3월 이 대표를 식품 BU장 자리로 옮기고 이영구·이종훈 전무를 내세워 음료와 주류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주류BG대표를 맡은 이종훈 대표는 1987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수십년간 주류업계 한우물을 파온, 소위 말하는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종훈 대표가 롯데칠성음료 실적 발목을 발목잡던 '맥주' 사업부문에서 뭔가 한 방 터뜨려 줄 것으로 기대했다. 곧이어 선보인 야심작 '피츠'는 맥주 사업에서 정면승부하겠다는 롯데칠성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 한 방 기대했던 '피츠', 판관비만 '줄줄' 

실제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6월 피츠 출시를 앞두고 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 등 명목으로 4613억원을 지출했다(1~6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회사는 첫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한 2014년 1~6월에도 이보다 적은 4165억원을 판관비로 투입했다. 그만큼 피츠에 사활을 걸었단 방증이다. 결국 롯데칠성은 지난해 상반기 1999년 이후 첫 당기순손실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같은 적신호는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혹시라도 피츠가 한 방 터뜨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8월 맥주 2공장까지 가동했으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며 고정비 부담만 늘어나게 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매출 2조2793억원, 영업이익 7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1463억원에서 반토막 났는데, 이는 주류부문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주류부문은 394억원 적자를 냈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2016년만 해도 주류부문은 흑자를 기록했다.

 

 

◇ 주류부문 부진에 주가 '뚝↓'… 증권가 "실적 불확실성 지속"

문제는 가까운 시일 내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권가는 주류부문에서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 롯데칠성음료는 매출, 영업이익 모두에서 뒷걸음질 쳤다. 주류부문에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100%를 밑돌던 부채비율도 3월 말 184%로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필라이트' 판매 호조로 기존 '하이트' 맥주 부진을 상쇄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음료와 소주 부문의 펀더멘탈에는 이상이 없지만 맥주 부문의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제품 피츠의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하고 클라우드 역시 전년대비 매출이 역신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진적인 개선세가 예상되나 2015~16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흑자 전환은 보수적으로 2020년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맥주 종량세 도입 '예의주시'

현재로서 희망요인이라면 맥주 종량세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입맥주의 경우 과세표준이 관세가 더해진 수입신고가로 돼 있어, 수입신고가를 조절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헛점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국산맥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세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과세표준이 중량으로 통일돼 수입신고가를 조절할 여지가 없어져 국산 맥주 업체들에 대한 세금 역차별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며 "작년 출시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이 상승한 점을 감안한다면 맥주 시장 경쟁구도의 변화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롯데칠성음료 주가는 2015년 5월 22일 998만3375억원 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현재 146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중단기적으로 맥주 부문 적자기조가 이어져 수익성을 제약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롯데칠성음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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