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테스코 이어 월마트도 일본 시장서 철수
자회사 세이유 3000억~5000억엔 매각 후 전면 철수 방침
월마트, 인터넷사업 강화 위한 글로벌 사업 재편 일환
일본선 상관습·소비환경 변화 대응 못해 단념 지적도

유통거인 월마트가 자회사인 일본 세이유를 매각하고 일본 시장에서 전면 철수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일본 유통업계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세계 최대 유통업체 미 월마트가 자회사인 일본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西友)를 매각하고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다.

 

월마트는 기존의 대형 소매업과 아마존닷컴 등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인터넷사업 강화를 위해 글로벌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지만 일본의 소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일본을 단념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월마트가 여러 유통업체와 투자펀드 등에게 세이유 매각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이유 예상 매각액은 3000억~5000억엔(약 3조100억원~5조원) 규모로 매각이 성사되면 일본 시장에서 전면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신문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업계 재편의 물결이 일본 소매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2016년 유니그룹홀딩스와 패밀리마트 경영통합 이후 대규모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일본의 대형 소매업체나 종합상사 등이다. 투자여력이 있는 투자펀드가 자금을 출자할 가능성도 크지만 일본 내에서 335개 매장(5월 현재)을 운영 중인 세이유를 인수할 경우 점포와 물류거점 통폐합 비용과 인력 문제 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 매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 일본 시장 철수는 日상관습·소비 변화 대응 부족

1956년 옛 세이부(西武) 그룹이 설립한 ‘세이부스토어’로 시작한 세이유는 1960년대 이후 슈퍼체인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했지만 버블 붕괴 후 불량채권 문제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며 2002년 월마트와 자본업무를 제휴했다.

 

세이유를 일본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삼은 월마트는 단계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지난 2008년 완전 자회사화시키고 ‘EDLP’(Everyday Low Price·매일이 염가 판매)라는 판매 방식을 도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실적 면에서는 원하는 수준을 이뤄내지 못한 듯하다. 세이유의 매출 규모는 약 7000억엔(약 7조221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월마트 일본법인의 최종손익 역시 비슷한 수준이어서 핵심인 세이유가 실적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세이유의 노후 점포 등 월마트가 충분한 설비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니혼게이자이는 2005년 프랑스 까르푸, 2013년에는 영국 테스코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예를 들며 “메이커와 소매업을 연결하는 도매업 등 일본의 독특한 상관습, 그리고 소비의 변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세이유 매각이 원활히 이뤄질까 여부다. 수익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주요 역 앞 등 입지가 좋은 곳에 점포가 위치한 데다 브랜드력도 있어 자산평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후 실적 부진이 시달리던 세이유의 손을 잡아준 유통거인 월마트가 16년 만에 손을 놓으면서 일본 유통업 대표 기업의 향방이 일본 유통업계 재편으로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miyuki@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