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네이버]

 

[서울와이어] 슈베르트는 매독 혹은 수은중독이라고 추정되는 병에 걸렸다. 치료해도 낫지 않고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갔다. 그렇치않아도 볼품없는 모습인데 머리도 한 움큼씩 빠져나갔다. 

"매일 밤 침대에서 잠들 때마다 다음날에 눈을 뜰 수 없다면 좋겠다..."  

1824년 슈베르트의 일기를 보면 슈베르트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현악 4중주곡 제14번 d단조 ‘죽음과 소녀’》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슈베르트가 그렇게 힘든 시기인 1824년 일기를 썼던 연도의 작품이다. 

 

슈베르트는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 (Matthias Claudius, 1740-1815)의 1775년 ‘죽음과 소녀 Der Tod und das Mädchen’ 시를 가사로 1817년 리트로 작곡했다. 

 

죽음과 소녀

소녀 : 그냥 가세요! 아, 그냥 가세요!
         가세요, 난폭한 해골!
         저는 아직 어리답니다, 당신은 그냥 가세요!
         그리고 제 몸에 손대지 말아요. 

죽음 :  네 손을 다오, 귀엽고 연약한 것!
         나는 친구란다. 벌주러 온 것이 아니야.
         기분을 풀어라! 난 난폭한 사람이 아니야.
         조용히 내 품에서 잠자거라

소녀와 죽음의 시 속 대화에서 소녀의 두려움이 느껴지며, 슈베르트 자신도 투영되었으라 생각된다. 

슈베르트는 《죽음과 소녀》에서 사용한 선율을 1824년 《현악 4중주곡 제14번 d단조 ‘죽음과 소녀’》의 2악장에 변주곡으로 적용하였다. 초연은 곡의 완성 후 2년 뒤인 1826년 빈의 요제프 발트 집에서 개인적으로 선보였으며,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1833년이었다.

 

아리아 도르프만의 ‘죽음과 소녀’를 원작으로 한 폴란스키 감독의 ‘시고니 위버의 진실’(Death and the Maiden) 영화는 《현악 4중주곡 제14번 ‘죽음과 소녀’》의 1악장을 사용하기도 했다. 독재 정권의 반기를 들어 학생 운동을 한 여주인공 파울리나(시고니 위버 분)은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눈을 가린 채 전기고문과 성고문으로 비인간적 고문을 하고 들려주는 음악이다.

 

슈베르트의 1824년 작품 중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가 있다.

아르페지오네(Arpeggione)는 악기 이름이다. 이 악기가 생소한 것은 지금 현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르페지오네는 빈의 악기 제작자 요한 게오르그 슈타우퍼(Johann Georg Staufer, 1778-1853)에 의해 만들어졌다. 바로크 시대의 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와 흡사한 모양과 소리를 가지며 6현으로 되어있다. 

 

슈베르트는 아르페지오네의 악기를 염두에 두고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를 작곡했다. 이 악기를 생각하고 작곡한 곡은 슈베르트의 한 작품뿐이다. 현재는 대부분 첼로로 연주되며 비올라, 더블 베이스 등으로도 연주된다. 

 

슈베르트의 1824년은 합병증으로 힘든 시기였고, 우울한 시기였음이 분명하다. 다음 날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그러나 슈베르트가 선택한 선율은 아름답다.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