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시행한 일본이 오는 8월 2일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민관이 대응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가 장·단기 대응 마련에 나선 반면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감과 수출규제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30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민관의 모든 역량과 자원을 총동원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며 “(한국은) 그간 준비해온 시나리오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음달 2일 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한국은 일본과의 거래에서 우대조치가 사라지며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 수출 시 개별심사가 필요해진다. 

일본은 자국 기업이 백색국가로 수출할 때는 한 번만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포괄 허가제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이 지정한 27개 백국가에서 인정을 취소하려 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성 장관은 “민관 모두가 합심해 차분히 대처해나간다면 현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히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여행 보이콧까지 행사하고 있다며 항공·관광·숙박 등 일본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방 정부들이 일본과의 교류 행사를 취소·연기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면서 인적교류까지 끊길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부산시가 수출규제 조치 대응으로 일본과의 행정교류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며 일단 2014년부터 추진되던 나가사키(長崎)현과의 ‘우호 교류 항목 협의서’ 체결이 중단되지만 나머지 교류도 중단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부산시가 한일 관계가 개선될 때까지 행정교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며 공무를 위한 방일도 제한한다고 우려했다. 부산시는 후쿠오카(福岡)시, 시모노세키(下關)시와도 교류 사업을 맺고 있어 일본 지방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시에 이어 경남 거제시와 전남 나주시, 강원 양양군, 창원과 논산시 등도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던 학생 행사를 취소하면서 아사히신문은 일본 불매운동이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한일 교류로 이어지며 두 나라의 인연이 약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이번 불매운동이 이례적으로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결정 후 인터넷에 ‘일본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일본 기업 기업 리스트가 오른 것이 시작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한일경제협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 간의 대화의 물꼬를 텄다. 과거사 갈등을 ‘한국 때리기’ 경제보복으로 연결하며 한일 무역 분쟁 상황이 연출된 가운데 양국 경제인이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

사단법인 한일경제협회는 일한경제협회와 공동으로 오는 9월 24~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1969년 처음 열린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개최된 회의로 당초 5월 13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둘러싼 한일 관계 악화 여파로 연기됐다. 

한일경제협회 측은 “다음달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 제외가 결정되면 민간 경제 교류가 더 어려워질 수 있어 서둘러 확정했다”며 “양국 정부 간 대화가 진전되고 양호한 환경에서 회의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계도 회의 개최를 반기며 양국의 교류 지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한경제협회는 “양호한 한일 정치·경제 관계 구축이 양국의 발전·이익에 합치한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 및 세계의 안정과 번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