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옥(사진=코레일)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발주한 '서울역북부 유휴부지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
 

오랜 기간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가장 높은 토지대를 써낸 컨소시엄을 적절치 않은 기준을 들어 떨어뜨렸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해당 컨소시엄은 즉각 반발했으며, 이에 대해 코레일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 가장 높은 토지대 써낸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 탈락 반전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역북부 유휴부지 개발사업'은 서울시 중구 봉래동 2가 122번지 일대에 위치한 코레일 부지를 서울역과 연계 개발하는 사업이다. 전체 사업부지만 1만5364평에 달하며 컨벤션, 호텔, 오피스, 상업·문화, 레지던스,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조6000억원이다.

사업 추진에 앞서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100일간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실시했다. 그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컨소시엄을,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삼성물산컨소시엄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 컨소시엄과 함께 지원서를 낸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은 유일하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당초 한화컨소시엄보다 토지대를 2000억원 더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시 됐으나, 반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당시 코레일이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모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서는 모두 '적격'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은 당초 공모지침서에 명시돼 있지 않았던 '금융위원회 사전 승인' 부분에 발목이 잡혔다.

◇ 금융위 사전 승인 발목…  "시기상 부적절" VS "적법한 절차"
  

코레일은 보도자료를 통해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은 사업주관자인 메리츠종합금융과 메리츠화재가 기업집단에 속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의거,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약 50일의 기한을 두고 컨소시엄에 금융위 사전 승인 등을 통한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나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아) 우선협상자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은 즉각 반발했다.

컨소시엄 측은 먼저 금융위 승인 '시기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보통 금융위 출자 승인은 향후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및 출자 시점에 진행하는데, 코레일이 아직 공모신청자 신분에 불과했던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에 적절치 않은 기준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당초 코레일의 금융위 사전 승인 요구는 공모지침서에 규정돼 있지 않는 절차"라고 전제한 뒤 "설립할 SPC의 정관, 출자지분율, 사업구조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위 승인 신청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위 승인을 위해서는 출자지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며 "코레일 측에 출자 관련 협의를 요청했으나 코레일이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관계법령(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코레일 측은 "코레일의 공모지침서 제10조 제4항에는 사업주관자는 사업수행이 가능하도록 관계법령이 정하는 허가·인가·면허·등록·신고 등을 받았거나 자격요건을 구비토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관련 법령에 대한 면밀한 법률자문, 전문가 심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한 M금융그룹에 대해서는 금융위 승인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칙 없는 일처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수천억과 맞바꾼 금융위 사전 승인 요구, 업계 설왕설래

일각에서는 코레일이 당초 공모지침서에 규정하지 않았던 금융위 사전 승인 부분을 걸고 넘고 넘어지며 수천억원의 수익을 포기한 데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과 계약할 경우 2000억원+a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며 "코레일이 한화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다면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은 "만약 우선협상자로 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을 선정할 경우 금산법 위반에 관련해 자격불비에 따른 이의제기 및 쟁송 등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코레일은 지난해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부채비율은 217.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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