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주재로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며 한국은 오는 28일부터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에서 배제된다며 엄격한 수출관리 대상이 된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로 지정한 국가는 미국·영국 등 27개국으로 한국은 지난 2004년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수출 상대가 화이트리스트 국가일 경우 수출 기업은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일본은 자국 기업이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수출할 때는 한 번만 포괄적으로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 허가신청을 면제하는 포괄 허가제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이 취소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반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한국은 일본과의 거래에서 우대조치가 사라지며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 수출 시 개별심사가 필요해진다. 수출 관리가 엄격해지며 기업들이 심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일부 품목의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차 경제보복 주무 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안전보장상의 이유로 수출관리 운용 상의 재검토를 했을 뿐”이라며 “수출 금지 조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한국 기업이) 수출 관리를 잘 하면 수출은 가능하다”며 “글로벌 공급망이나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대상이었던 우대조치를 철회하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다른 아시아 지역과 똑같은 취급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우대 대상국에서 제외돼도 한국 수출은 중국 등과 비슷한 취급을 받기 때문에 정부·기업 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공작기계나 탄소섬유 등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한국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식품이나 목재 등을 제외한 품목들은 경제산업성이 무기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경제산업성이 안전 보상 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수출건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심사가 필요한 셈이지만 문제는 이번 규제에 따라 기업에 심사를 요구해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4일 1차 수출규제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 3개 품목 외에도 대상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일본 수출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한국 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주요 생산거점에서 일본에서 수입되는 제품을 사용할 경우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간 보복 악순환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일 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오쿠조노 히데키(奥薗秀樹) 시즈오카(静岡) 현립대 교수는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판결과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한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일본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두 번째 보복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호 의존적인 한일 경제 관계를 언급하며 “경제계가 함께 나서서 정치가 움직이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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