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요즘 나라가 시끄럽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일본 이야기다.

한·일 관계가 어처구니 없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데 시작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타깃으로 한 수출 규제 조치였고, 여기에 더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각의에 통과시켜 2차 경제적 도발까지 실행했다.

올해는 3.1 독립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100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의 가슴에 다시 독립운동의 불꽃을 일게 했는데 ‘독립운동은 할 수 없지만 불매운동은 할 수 있다.’ 는 각오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존을 걸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만큼 경제독립을 외치고 있다. 

그 동안 한·일 관계는 아무리 어려워도 문화, 외교적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하지 않았다. 주권국가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결정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경제로 보복 조치를 한 것은 백 번을 양보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치졸한 방법으로 칼을 빼든 일본. 일본의 현재 상황이 결코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을 다 알게끔 스스로 노출시킨 꼴이 되었다.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일본경제는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우리나라와의 격차 또한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80% 수준까지 따라잡았으며, 반도체 비중이 높다고는 하지만 소재산업에서는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 이번 경제보복조치가 안팎으로 어려운 아베 내각이 내부적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면서 미·중간 외교적 협상력을 높일 모멘텀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정말 너무 일관성 있게 비겁하다.

이런 예상치 못한 국가 위기상황으로 추경이 집행되었다. 침체된 경기에 생기를 불어넣을 추경예산안을 99일간 볼모로 잡았다가 일본의 2차 경제보복 직후 악화된 민심을 의식해 1조원가량을 떼어내고 늑장 처리했다. 이런 절박한 타이밍에 추경안 심사를 총괄한 야당 소속 예결위원장은 음주 심사 물의까지 빚었다. 참 가지가지 하셨다. 

비록 예결위원장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어도 어쨌거나 추경은 통과되었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대응해 소재와 부품 기술개발과, 관련 기업 자급지원 등에 쓸 2,732억원의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피해가 갈 주요 기업들에게 금융·산업·노동 규제 등을 완화하고, 상시대응 체제를 가동해 중소기업들이 대외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경색되고, 반도체 외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교역량이 축소될 것이고, 일본이 주요 공급선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기업들의 심리도 위축되어 생산규모의 둔화 현상도 빚어질 것이고, 고용 침체 등의 원치 않는 현상들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상 일본이 한국에게 중요한 정도보다, 한국이 일본에게 더욱 중요한 무역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국은 일본에게 약 50년간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나라였기에. 결국 양국 간의 교역이 끊기면, 일본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솔직히 많은 위안이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추경(追更), 추경(追更), 추경(追更). 

정치, 경제 지식이 상식 수준인 나조차도 요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수 많은 명목 하에 집행 거론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민은 항상, 정부에게 ‘추경이 필요 없는 예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전지적인 능력을 바라지만, 이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안다. 매번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추경이기에 극적인 반전을 꿈꾸는,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 보다는 전보다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전망과 합리적인 계획으로 더 이상의 추경 반복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의 국고는 결코 ‘화수분’ 이 아니고 우리는 납세의 의무만 있는 ‘제3의 국민’ 이 아니다.

진정, 지금 국가가 휘두르고 있는 도깨비 방망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늘 명심해 주었으면…. 
칼은 칼집에 있을 때가 가장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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