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제공

 

[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7일 시작하는 '한국-아랍에미리트(UAE) 항공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유럽행 여객 수요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UAE 요구대로 한-UAE 노선 증편이 이뤄질 경우 한국의 유럽행 여객 수요를 급격히 잠식당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7∼8일 이틀간 UAE 아부다비에서 한-UAE 항공 회담이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 UAE는 인천∼UAE(두바이·아부다비) 노선 증편을 최소 2배 이상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에 주 7회, 에티하드항공은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이를 최소 주 14회로 늘려달라는 것이다.

 

한국 항공사 중에는 대한항공이 주 7회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양국은 이미 지난해 6월에도 항공 회담을 열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회담이 결렬된 바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번 회담에서 양국 운수권이 늘어나면 UAE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형이 조성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막대한 정부 보조를 받는 혐의가 있는 UAE 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유럽행 항공 수요를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저렴한 가격과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세운 UAE 항공사들에 UAE 노선 승객뿐 아니라 유럽행 승객 상당수를 환승 수요로 빼앗길 것이라는 두려움이 국내 항공업계에 만연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를 봐도 지난해 에미레이트항공 이용객 가운데 72%, 에티하드항공 이용객의 63%가 UAE를 거쳐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는 환승객일 정도로 이미 UAE 항공사들은 환승객 수요를 노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가격도 대한항공보다 보통 20∼30% 정도 저렴하다.

 

투입하는 항공기도 UAE 항공사들은 480석이 넘는 최신 A380 여객기를 투입하는 반면, 대한항공은 두바이 노선에 218석 규모의 A330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항공업계가 UAE 항공사들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국 일간 USA투데이에는 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의 최고경영자(CEO)가 낸 공동 기고문이 실렸다.

 

이들은 중동계 항공사들이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불공정 경쟁 행위로 무역협정 위반이며 국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 항공사 공세에 이미 호주 콴타스항공이 유럽 직항노선을 대부분 없애고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 등 유럽 항공사도 일부 중동·아시아 노선에서 철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가 유럽 노선에서 철수한 뒤 UAE 항공사들이 가격을 높일 우려도 있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논리가 아닌 항공산업 보호 측면에서 호혜적인 협상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업계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다만, 항공 회담은 양국이 균형된 이익을 취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고 상호 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hyeon0e@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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