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협회는 회원사들의 이익을 위해 뛰어야 하는 일종의 로비단체잖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여신금융협회가 협회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죠."

최근 여신금융협회(회장 김덕수)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이 지속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은 1/3 토막이 났지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는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 화살은 수장인 김덕수 회장을 향해 있다. "사태를 책임지고 조기 낙마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와 함께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는 걱정이 공존하지만, 협회장으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지난 2016년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 카드사는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다.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각각 1.5→0.8%·2.0→1.3%로 줄어든 반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는 확대되면서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남은 장애물은 산더미다. 수수료 원가를 구성하는 밴사(부가통신사업자) 수수료 체계가 개편됐고, 이달 31일부터는 소액 결제가 많은 21만개 가맹점 수수료율 역시 평균 2.22%에서 2%로 내려갈 예정이다. 

이밖에 수수료 인하 관련 발의 법안만 14건이다. 3년마다 진행하는 수수료 원가 재산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적용할 새 수수료율뿐 아니라 영세·중소가맹점 범위, 의무수납제 폐지 등을 함께 다룰 것으로 알려져 카드사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모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의 본업은 카드 결제 수수료인데, 본업을 통해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까지 왔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은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고용 창출이나 결제인프라 투자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수수료 인하로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 7개 전업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32.3% 감소했다. 올해 1분기는 전년동기대비 40% 줄어들며 더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회원사 관계자는 "여야 막론하고 전방위로 카드수수료 압박을 가하고 있는 데다 대출금리 인하, 의무수납제 폐지와 같은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카드사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협회가 이 같은 상황을 두손 놓고 지켜보기만 한 것은 인다. 김덕수 회장은 취임 직후 대외협력실을 대외협력부로 승격하며 로비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이후 국회를 수시로 방문하며 관련 의원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민간 출신 수장이라는 벽에 부딪혔을 것이란 게 일각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첫 민간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렇다 보니 관료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로비력이 약하다는 평가"라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너무 답답한 상황이니까, 조기 낙마해야 한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김 회장 측 입장을 옹호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모 카드사 관계자는 "협회로서 역량이 부족한 부분은 있으나 회원사들을 위해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 카드업계가 일방적으로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 온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은 1959년생으로 국민은행 인사부장·전략기획본부장, KB국민카드 부사장·대표이사를 재직했다. 그동안 주료 관료출신 인사가 여신금융협회장을 맡아왔던 만큼 김 회장은 15년만에 첫 민간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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