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감신문이 공동 주최한 '외벽 도색 작업 노동자 추락사고,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27일 울산구 중구 S아파트현장에서 도색 작업 중인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부식된 앵글에 작업 로프를 묶고 작업하다 부식된 앵글이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조 안전로프는 미착용 상태였다.

외벽 도색 작업자의 추락·사망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같은 달에만 압구정동 아파트단지와 부산 중구 보수동 4층 건물에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공감신문과 공동으로 외벽 도색작업 노동자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토론회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외벽 도색작업을 비롯해 건물유리창 청소작업 등 일명 '고소(高所)로프작업'에 대한 법 제정과 현장 계도 및 안전교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아 제언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고소로프작업에 '달비계' 규정을 적용하는 행정상의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교수는 "행정에서는 고소로프작업을 달비계 작업으로 보고 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3조·제64조를 적용해 왔고, 안전보건공단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코샤 가이드(KOSHA Guide)를 통해 '달비계 안전작업 지침'을 자율적으로 작성해 주지·호보해 왔다"면서 "이는 달비계의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명백히 잘못된 법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가리켜 '엉뚱한 규정'이라고 표현하며 "달비계 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현실적 문제로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되며, 규정 준수 시 오히려 작업이 위험하게 되는 결과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작업에 따라서는 작업대보다 하네스(그네식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는데, 현행 규칙은 하네스 착용을 허용치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소로프작업에 맞는 별도 규정이 제정돼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이론·실기 양면에서의 충실한 특별안전교육, 작업 개시 전 점검 및 위험성 평가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외벽에서 도색 작업 중인 노동자들/사진=연합뉴스

 

조용경 포스코엔지니어링 전 부회장 역시 "(내년 1월 16일 시행 예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과거 법에 비해 다소 나아진 점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멀었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라며 "법 자체는 진일보했지만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서 모법의 취지를 가로막거나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예외조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우선적으로는 공동주택 신축 혹은 재도장의 경우 건물의 규모, 특히 건물의 높이를 기준으로 일정한 층수 이상의 건물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또 "도장 작업자 선정 시 대부분 최저가 입찰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시스템이 외벽 도장공사 과정에서 추락사망사고를 증가시키는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고층 아파트 추락재해 등 중대사고로 인한 재해의 경우 사업주나 최고경영자 혹은 발주자가 직접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이 가장 근본적인 재해방지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만 먹으면 (사고를)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 나와 있다"면서 "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과거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최금섭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노동안전국장은 지난달 발생한 울산 지역 내 추락사고 소식을 전하면서 "울산지역 아파트 도장 작업 현장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작업능률 저하를 이유로 보조 안전 로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고공 로프 작업 현장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고공 로프 작업 시 상부(옥상)에 반드시 안전 관리자를 배치해 안전 점검을 마친 후 작업자가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계도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고광훈 고용노동부 안전과장은 "현행 법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첫 술에 완벽할 순 없지만 도장작업 '추락재해 예방 안전정보' 제공 및 지도점검 강화, 필수 안전수칙 준수를 위한 권역별 특별안전 교육을 등을 실시해 외벽 도색 작업 노동자의 추락사고를 사전 예방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건설업 예산이 올해 321억원에서 내년 544억원으로 늘어난다"며 "작업안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를 검토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작업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신창현 의원은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에서의 안전대책들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늘 토론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더이상 외벽 도색 작업을 하다가 떨어져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or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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