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금융권이 시끄럽다.

미국·독일 등 국가의 장기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파생상품에 대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품은 각각 미국·영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독일 국채 10년물 국채 금리와 연동된 파생결합상품(DLS·DLF)이다.

19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미·영 CMS 금리 연계상품은 총 6958억원어치 판매돼 이날 오전 기준 85.8% 수준인 5973억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독일 10년물 금리 연계상품의 경우 총 투자금액 1266억원이 전액 손실 구간에 들어섰다.

문제는 바닥까지 떨어진 장기채 금리가 언제 다시 오를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 상품은 만기가 4~6개월인 단기 상품으로, 당장 다음 달부터 만기가 돌아온다.

이런 일을 상상도 못했던 투자자들은 눈물을 쏟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인 데다 최소 투자금액만 1억원이다. 고액자산가가 다수일테지만 큰 마음 먹고 투자한 소시민도 있을 수 있다. 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라도 받고자 했던 이들의 기대 섞인 결정을 피눈물로 되돌려주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10년 전 발생한 '키코 사태'와 너무도 닮아있다는 것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정해둔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는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 1000여곳이 수조원대 피해를 봤다.

주요 투자자가 개인인지 기업인지, 또 기초자산이 국채금리인지 환율인지의 차이일 뿐, 원금 전부가 손실할 수 있는 고(高)위험 상품이라는 점에서는 유사성을 띤다.

키코 사태는 10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 피해자들을, 그리고 상품을 판매한 각 은행들을 괴롭히고 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그날의 일을 왜 반면고사(反面敎師) 삼지 못했는가.

금융사는 비이자 부문 확대에 눈이 멀어 고위험 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하지 않았어야 하고, 개인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고객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어야 했다. 특히 금리가 꺾이기 시작한 3~4월 이후에도 제품을 판매한 데 따른 책임은 무겁게 져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책임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현 사태를 수습하고, 앞으로를 위해 당국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대응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 금융사의 자정 노력은 기본이다. 누군가를 벼랑 끝에 내몰 수 있는 우(愚)는 더이상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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