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인콜렉티브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전시 당시 선보인 작품이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서울와이어 이승혜 기자] 18일 미술계에 따르면 작가그룹 옥인콜렉티브로 활동한 이정민(48)·진시우(44) 부부 작가가 지난 16일 생을 마감했다.

 

옥인콜렉티브는 2009년 서울 종로 옥인시범아파트 철거를 계기로 형성된 작가그룹이다. 1971년 인왕산 자락에 들어선 옥인아파트는 철거 위기에 몰렸다. 이곳에 살던 김화용 작가의 집을 방문한 여러 작가는 버려진 공간과 남은 주민의 삶을 엮은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듬해 4월 출범한 옥인콜렉티브는 김 작가와 이정민·진시우 작가를 주축으로 활동했다.

 

옥인콜렉티브는 도시재개발, 부당해고, 위험사회 등의 문제를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풀어냈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 공연, 해프닝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로 관람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이들은 국립현대미술관(MMCA), 토탈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SeMA), 백남준아트센터 등 국내 유수 미술기관과 광주비엔날레 등을 통해 작업을 선보이면서 당대 컬렉티브 중 가장 두드러진 활동상을 보였다. 지난해 1월에는 국내 최고 권위의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내부 문제로 같은 해 말부터 사실상 활동이 여의치 않은 상태였다. 옥인콜렉티브가 참여할 예정이던 외국 전시도 여러 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민·진시우 작가는 옥인콜렉티브 활동으로 함께한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언급하는 내용의 예약 이메일을 보냈다.

 

2009년부터 이들과 인연을 맺은 박재용 큐레이터는 이 이메일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두 작가는 "2018년도 12월부터 불거진 옥인 내부 문제를 전해 들은 분들에게 의도치 않은 고통을 나눠드려 죄송하다"라면서 "옥인의 전체 운영을 맡아온 저희(이정민·진시우) 방식이 큰 죄가 된다면 이렇게나마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이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저희 잘못이고 온 힘을 다해 작업을 해왔던 진심을 소명하기에 지금은 허망함뿐"이라면서 "바보같겠지만 '작가는 작업을 만드는 사람', '예술이 전부인 것처럼 사는 삶'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주말 별세 소식을 접한 미술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한 갤러리 대표는 "가장 강력한 콜렉티브였는데 부고 소식을 접하고 너무 놀랐다"라고 말했고, 최근 그룹전을 함께한 기획자는 "오늘 아침 (두 작가의) 이메일을 받았다. 모두 너무 허망한 상황"이라며 슬픔을 드러냈다.

 

박 큐레이터는 "이렇게 친구, 동료를 잃을 줄은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다"라면서 "너무 큰 상실이며 한국 컨템포러리 미술계에도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도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옥인콜렉티브) 팬이었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과거 작업을 접한 관람객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두 작가의 빈소는 따로 마련되지 않았으며, 장례는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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