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선출직 임원이라…."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A조합장이사에 대한 징계·감사 계획을 묻자 중앙회 측이 내뱉은 답변이다. 현재 A조합장이사는 2013년 7월 자신의 과수원 건물 등에서 농협 하나로마트 입점 업체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피감독자 간음은 업무, 고용 등 기타 관계로 인해 자신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을 뜻하는 '피감독자 간음' 혐의가 적용됐다. 

현재 해당 조합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으로 2심을 준비 중이다. 농협중앙회가 직위 박탈 등 징계와 감사를 현재 고려하지 않는 이유다.

중앙회 관계자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출직 임원을 중앙회가 임의로 징계하거나 감사할 방법은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내부 직원들의 갑질, 성희롱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내부감사 시스템'도 선출직 임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참고로, A조합장이사는 조합장 임금과 별개로 중앙회로부터 '이사'직 수행에 따른 임금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A조합장이사가 해당 여성을 성폭행한 해가 2013년이고, 그가 중앙회 이사로 선출된 건 2016년 6월의 일이라는 점이다. 이사 선출 당시 A조합장이사의 성폭행 의혹은 지역사회 내 큰 파장을 일으킨 상태였다.

이에 대한 중앙회 입장은 역시 "선출직 이사이기 때문에 선출 과정에서 중앙회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다.

관계자는 "조합장이라면 누구나 이사 후보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지역별 조합장들의 추천을 통해 선출되면 이사 자격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결격 사유가 있어도 조합장들이 선출하면 무조건 중앙회 이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반면 조합장 자리의 경우 법적 문제가 얽혀 있으면 출마 자격 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조합장의 도덕성을 중요시 하면서, 선출 이후 조합장의 도덕성 그리고 각 지역 단위 농업협동조합을 통솔해야 할 중앙회 이사의 도덕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아이러니를 스스로 도출한 셈이다. 

한편 전국협동조합노조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조합장이 우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농협중앙회 이사직을 사임해야 마땅할 것"이라며 "농협중앙회는 조합감사위원회 감사를 통해 해당 농협에서 해임에 해당하는 견책 등 적정한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협 조합장을 둘러싼 '갑질' 이슈는 지난 수십년간 꾸준히 터져왔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자리인 만큼 도의적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클린 농협'을 위한 중앙회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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