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네이버]

 

[서울와이어] 1990년대 주간지 ‘타임(Time)’이 우리나라에 한국판으로 번역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기사 중에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 연재되었다. 난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그 글을 꼼꼼히 읽었던 것 같다. 1986-1991년까지 10차에 걸친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내용이었다. 2003년 봉준호 감독은 그 내용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다. 당시 얼마나 집중해서 읽었었는지 몇 년이 지나 후 본 영화이지만 보는 내내 그 글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중요한 것은 당시 난 ‘타임’를 읽으면서 쇼팽의 《발라드》 전곡을 틀어놓고 읽었는데, 그 이후 난 트라우마처럼 《발라드》를 들으면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내용이 떠오른다. 

 

《발라드》음악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전쟁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Wladyslaw Szpilman, 1911-2000)이 실제 겪은 내용을 토대로 만든 영화이다. 

 

1939년 폴란드 바르샤바 국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스필만이 녹음 도중 폭격을 당한다. 나치는 폴란드를 점령하였고 유대인들은 모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유대인인 스필만과 가족들은 게토에서 생활하지만 결국 가족들은 수용소로 끌려간다. 모든 가족을 잃고 간신히 목숨만을 구한 스필만은 배고픔, 두려움, 추위로 가득한 채 생존을 연명해 나간다. 스필만은 먹을 음식이 없어 여기저기 뒤지다가 구세주 같은 통조림을 하나를 발견한다. 그 통조림을 따려 하지만 도구가 만만치 않다. 주위에 있는 도구를 이용하여 열려는 순간 그 통조림이 굴러 가 버리고 만다. 통조림을 집으려는 그 순간 통조림 옆에는 독일군 장교가 있었다. 

 
장교: “여기서 뭘 하나?” /스필만: “깡통을 따려고…” 
장교: “무슨 일을 하나?” /스필만: “저는…” (겁에 질려 머뭇거리면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적막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스필만 그리고 그런 스필만을 바라보는 독일 장교.

 

독일 장교는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스필만에게 피아노를 연주해 보라고 시킨다. 스필만은 얼어붙은 손으로 평생 마지막 연주가 될 것 같은 피아노를 친다.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를 연주를 하는데 참고로 실제 슈필만은 《녹턴 20번》을 연주하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발라드’란 대중음악에서 많이 들었던 장르이다. 성시경, 이연우, 케이윌 등이 부른 구구절절 애절한 사랑 내용의 가요로 생각한다. 그것은 서양음악이 대중음악으로 합류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한 장르로 원래 서양음악에서의 발라드와는 의미가 다르다. 발라드란 라틴어의 춤추다(Ballare)라는 뜻에서 유래된 프랑스어로(영어: Ballad) 중세 세속음악을 부르는 음유시인들이 시와 노래, 후렴이 있는 한 형식을 의미한다. 노래의 내용은 전설, 영웅들의 이야기, 사랑 등으로 스토리가 있는 음악 형식을 말한다. 즉 스토리가 있는 성악음악이 발라드인 것이다. 이러한 것을 19세기 쇼팽과 클라라 슈만은 피아노 작품인 기악음악에 발라드라는 장르를 적용했다. 

 

쇼팽은 네 곡의 《발라드》를 작곡했다. 일부 문헌에서는 쇼팽의 《발라드》는 미카에비치(Adam Mickiewicz, 1798-1855)시에서 영감을 받고 작곡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다만 다른 무언가를 설명하는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쇼팽의 네 곡의 발라드는 1836년-1842에 완성되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일부]

 

[조성진 《발라드 1번》]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