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관련 일본 정부가 “안보환경에 대한 잘못된 대응이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항의했다.

일본 측은 한국의 결정에 트럼프 행정부 역시 강한 충격을 받았고 우려를 표했다며 한미일 공조를 위해서라도 재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후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22일 청와대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후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국 정부에 이미 전달했고 충분한 소통을 해왔다”며 “지소미아로 흔들릴 한미 동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발표 후 미 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유감을 표명하자 일본 측은 기다렸다는 듯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동맹 관계인 미국도 협정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매우 유감”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23일 산케이신문은 방미 중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총재외교특보를 인용해 미 정부 관계자로부터 “강한 충격.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이었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와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잇따라 회담한 가와이 특보는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 국방장관과 국무장관 등이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와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국제적인 논의의 장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메시지’를 정치적으로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내놔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연대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전날 밤 늦게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현재의 안보 환경을 완전히 오인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며 “전혀 받아들일 수 없고 한국 정부에 대해 단호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도 전날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에게 유익하며 한일 관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 판단에 의문을 제기했고 나카타니 겐(中谷 元) 전 방위상도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실례인 결단”이라며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보다 북한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협정 체결 전부터 미국과 정보공유 체제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협정이 파기돼도 실무적 영향은 적다”고 분석했다.

안전 보장 분야까지 파급된 한일 갈등이 타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가운데 AFP통신은 “한일간 무역·외교상 대립이 격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를 발표하자 미국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했다”며 한일·한미 관계에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후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맺었던 지소미아 갱신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며 “한일 간 마찰이 있어도 우리의 상호 방위와 안보 관계는 완전한 상태(한미일 안보협력)가 지속되야 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관련 “오늘 아침(22일)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한국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캐나다를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교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면서 “한일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후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채 총리 관저를 떠났다. 외무성 관계자는 유감을 표명하며 협정은 당연히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협정 파기 결정에 따른 추가 조치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냉정한 대응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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