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DLS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독일·영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이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에 놓인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욕심과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가 맞물린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2011년 이후 8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독일·영국 현지 금리 급락으로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온 파생결합상품의 판매 잔액은 7239억원으로, 현 금리 유지 시 예상 손실금액은 46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 중에는 법인도 있지만 대부분이 개인투자자(89.1%)로, 이들의 평균 투자액은 2억원으로 분석됐다.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이 손실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파생결합상품은 당초 손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돼 '중위험·중수익'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추천됐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원금 손실이라는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초 은행에서 판매해선 안 될 상품이었다"며 "'혹시나' 하는 안일함이 화를 불렀다.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무리해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투자자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프라이빗뱅커(PB)들에 의해 사모 형태로 판매가 이뤄졌는데, 이들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홍보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주장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PB의 판매실적이 성과급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다 보니,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원은 "사기성 판매라는 주장도 있는데, 은행 입장에서 고액자산가 고객도 잃고 브랜드 신뢰도도 떨어뜨릴 수 있는 일을 왜 고의로 저지르겠느냐"면서 "문제는 PB의 성과급 구조에 있다. 실적을 높이려면 당연히 상품의 장점만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소비자단체들은 불완전판매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금소법 제20조는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해당 금융상품이 우수하다고 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48조는 금융회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을 위반해 소비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위법행위로 인한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만약 이미 금소법이 통과됐다면 DLS(파생결합증권)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금융사의 투자상품 판매관행 개선을 위해 은행의 수익금을 환수하는 강력한 소비자보호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감독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해외 금리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으나, 전혀 경고음을 울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고위험 파생상품을 투자 자산에 편입시켜도 이를 금감원이 사전 검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뿐 아니라 유가나 금 등에 대한 파생결합상품 판매가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당국 차원의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소비자원과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는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일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최근 형사 고발했다.

금감원은 지난 23일부터 상품을 설계하고 발행한 증권사, 상품을 운용한 자산운용사, 판매한 은행에 대한 합동검사에 돌입했다.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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