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역협상 원칙적 합의 이뤄내
9월 말 합의안 서명 예정
日, 농산물 관세율 38.5%서 단계적 9%로… TPP 수준으로 내줘
美, 자동차 관세 철폐 ‘No’… 트럼프 “고관세 바꾸지 않을 것” 강조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구입하지 않아 쌓여 있는 미국산 옥수수와 대두(콩)를 일본이 구입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무역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큰 거래를 했다”며 “미국 농민들에게 매우 멋진 일”이라고 회담 결과를 평가했다. 이어 다음달 말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맞춰 협정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도 “9월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협정안에) 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두 정상이 9월 말까지 모든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음을 시사했다.

미일 무역협상 대표단은 지난 21~22일 미 워싱턴에서 만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자 일정을 하루 연장했다. 양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대한 협상인 만큼 시간을 들여 세부적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4월 시작된 미일 무역협상의 최대 쟁점인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일본의 관세 부과 범위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일본은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평가다.

회담에 동석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농산물, 공산물 관세, 디지털 무역 등 3개 분야에서 합의했다”며 “특히 미국에서 일본에 수출하는 쇠고기, 돼지고기, 밀, 유제품, 와인 등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7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 현행 38.5%인 미국산 쇠고기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오는 2033년 4월에는 9%로 낮춘다. 이는 TPP와 동일한 수준으로 미국은 TPP 참가국과 경쟁할 조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에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보복관세 대상으로 농산물이 표적이 되면서 미국 농가는 타격을 받고 있다. 이번 무역협상 합의로 일본의 관세가 낮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2020년 대선에서 어필할 수 있는 재료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이 철폐를 요구해온 자동차 관세 문제는 합의가 보류됐다. 

일본 측 협상 대표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상은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며 9월 말 최종 협상 시 관세 발동을 철폐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약을 받겠다고 강조했다.

양국 협상 대표단은 일단 자동차 관세 문제를 계속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한 고관세는 바꾸지 않는다. 일본에 대해서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관세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무역협상을 개시 후 조속한 합의 도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운 미국과 일본. 아베 정권은 미국의 농산물 관세 삭감·철폐가 현실화할 경우 농가가 동요해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지난 5월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 후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7월 일본의 (참의원) 선거 후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하자 마이니치신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배려했다” “아베 총리의 골프 회동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지만 결과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다.

당시 CNN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 역시 “선거에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무역협상 타결을 미뤄온 아베 총리에게 기쁜 소식”이라고 평가했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득이 된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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