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현대차그룹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영업실적 및 주가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출시되는 신차들의 반응이 좋다는 점, 일부 전기차 모델에서 흑자를 내는 등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조7753억원으로 작년 동기(4조8694억원)보다 18.60% 늘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영업익이 증가했다.
이 기간 SK그룹(-59.79%), 삼성그룹 (-53.04%), 한화그룹(-50.64%)은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격감하는 등 나머지 9개 그룹은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39조8038억원으로 44.51% 감소했다.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서도 현대차그룹의 호조세가 두드러졌다.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현대차그룹 상장사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보다 43.00% 늘어난 11조5942억원으로 SK그룹(11조5879억원)을 근소하게 제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그룹에 이어 영업이익 2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얘기다.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을 빼고는 모두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나아지면서 주가도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3월 신규상장된 현대오토에버는 제외)은 지난달 29일 현재 87조4588억원으로 올해 들어 10.10% 증가했다.
이에 비해 시총 1위와 2위인 삼성그룹과 SK그룹은 시총이 각각 3.10%, 0.37% 느는 데 그쳤고 롯데그룹(-26.19%), 신세계그룹(-23.04%) 등 나머지 7개 그룹은 감소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올해 이익은 전성기의 절반 수준이지만 워낙 최근 1~2년간 부진했기 때문에 실적 개선 효과가 크다"며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 SUV 신차도 잘 팔렸다"고 설명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원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다"며 "특히 작년 초 100엔당 900원대까지 떨어진 원/엔 환율이 최근 1100원대로 상승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등지에서 일본 경쟁사의 점유율을 빼앗아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2년가량은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6월 미국 판매를 개시한 팰리세이드는 현지 딜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현 환율 수준이 유지될 경우 SUV 등 신차들이 점차 해외 판매에 들어가면서 2021년까지 현대차그룹의 이익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준성 연구원은 "신차들이 잘 팔리고 있어 2021년 상반기까지 실적 개선 및 기업가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친환경차 부문도 지난 2분기에 이미 일부 전기차 모델에서 흑자를 내는 등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정부의 적극적인 수소차·수소경제 육성 정책과 현대차 노사의 8년 만의 첫 무분규 임단협 잠정 합의 등 여러 여건도 현대차그룹에 대체로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내가 현대차, 특히 수소차 홍보모델"(1월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앞서)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차 수소차 넥쏘가 대통령 전용차로 낙점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서 '유턴'한 현대모비스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의 기공식에도 지난달 28일 참석했다.
이와 관련해 고태봉 센터장은 "정부가 막대한 전방위 고용유발 효과 등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잘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정부는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각각 수소차에 투자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선재 연구원은 "아직 수소차 판매량이 미미해서 정부의 수소차 정책이 현대차그룹 실적에 직접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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