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금통위원/사진=연합뉴스 DB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이일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6일 구조적 소득-투자의 선순환 약화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금요강좌' 800회 기념 특강에서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과제'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은 지난 20년간 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세계경제에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로 '구조적인 소득-투자의 선순환 약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공급 측면에서 보면 자본 및 노동시장 통합으로 효율성은 높아졌으나 그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부 기업과 노동력이 부각되고 나머지는 소외되는 양극화가 발생했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상품시장의 세계화로 글로벌 상품에 대한 선호가 확대되고 수요의 지역적 편향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경쟁력 없이는 경제활동 진입이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양극화로 선진국의 중간계층이 축소돼 총수요가 둔화되고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평가한 뒤 "200년대에는 이러한 구조적 수요 약화가 레버리지 확대로 가려져  있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 한계가 드러났으며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정체로 교역량까지 축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구조적 선순환 약화에 대한 해답으로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수요진작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우리 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중심의 성장을 이어오다가 글로벌 역풍(headwind)을 맞이한 데다 여러 내생적 문제들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성장 기조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와 경제활동을 위축하는 요인으로는 대외환경의 빠른 변화와 민첩한 대응을 저해하는 규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노동인구 고령화와 맞물린 높아진 경제활동 진입장벽, 소득과 부의 양극화, 고령화 준비 부족과 불확실성 증대 등을 언급했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 선순환 약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 방안으로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급변하는 수요에 대응해 노동인력을 재교육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시간만큼 투입 가능하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이와 병행해 사회안정망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산업별 진입장벽을 철폐하고 시장 경쟁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 고령화에 따른 하방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기 술혁신으로 노동력 축소를 만회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국경을 초월한 자본 재배분과 글로벌 노동력 유입 등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경기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나 이러한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는 문제를 미래로 이연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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