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영국 하원에 이어 상원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연기법안을 승인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불사’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궁지에 몰렸다.

노딜 브렉시트에 따른 경제 혼란을 막기 위해 범야권이 존슨 총리의 제안에 모두 반기를 든 가운데 전 세계의 시선은 존슨 총리의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없다며 오는 10월 31일 예정대로 EU(유럽연합) 탈퇴를 강행한다는 존슨 총리가 위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BBC와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지난 6일 상원에서 연기법안이 통과되자 집권 보수당 당원들에게 “내가 브렉시트 시한을 브뤼셀(EU)에 요청하도록 하는 법안이 방금 통과됐지만 나는 절대 하지 않을 일”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존슨 총리는 “역사상 야당이 선거 제안을 거절한 적은 없다”며 “이것은 충격적인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소심병자”라고 비난하며 조기 총선을 재차 촉구했다.

하지만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강행 방침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앰버 러드 고용장관이 지난 7일 사임한데 이어 주요 각료들도 탈당·사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불확실성 문제로 사임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에 이어 취임한 존슨 총리가 사퇴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더타임스는 존슨 총리가 사퇴하고 코빈 대표 등을 임시 총리로 세워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며 영국의 브렉시트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달 15일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자고 제안한 존슨 총리의 동의안은 9일 재표결에 부쳐지지만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조기 총선 동의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투표권을 가진 하원 의원(650표) 중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등 여권은 299표로 과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회 해산에 필요한 434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지난 1일 1차 표결에서 야당의 찬성표는 4표에 그쳤다.

EU가 연기법안을 승인할지 여부도 주목 대상이다.

9일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 브렉시트 연기법안은 법적 효력을 얻게 되지만 연기법안이 승인되려면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미 프랑스가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연기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국가에서도 “선거나 2차 국민투표 등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며 영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동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노딜 브렉시트 계획이 무산되면 존슨 총리가 EU에 연기 신청을 거부하는 등 위법을 행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일단 연기법안을 확정한 후 보수당의 지지율 하락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기를 보며 존슨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11월 이후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 이상적인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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