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성열(유신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8일 부산 기장군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열린 대회 3위 결정전에서 이주형(경남고) 선수의 9회 초 극적 투런포을 앞세워 호주를 6-5로 역전승 했다.

웃을 일 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주를 제물로 짜릿함을 안겨준 경기였지만, 옥에 티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1회초 박주홍(장충고) 선수가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을 때도, 이주형가 막판 투런포를 터뜨릴 때도, 선수들의 환한 미소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은 건 3개의 화살표가 아래로 향해 있는 일본 브랜드 '데상트' 로고였다.

지난 6일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데상트 로고와 태극기가 나란히 배치돼 있는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들은, 역시 일본 브랜드인 '아식스' 로고와 일장기를 단 일본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 곳곳을 휘저었다. 결과는 한국의 승리였지만, 씁쓸한 뒷맛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 일제 불매운동이 확산 중인 점을 차치하더라도, 세계 대회에서 자국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는 일본과 달리 그렇지 못한 한국은 충분히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야구 국가대표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데상트와의 계약은 이미 일본과의 경제보복 이전에 성사된 것이고, 기간도 2021년까지로 아직 2년이나 더 남았다.

그렇다고 2020년 욱일기가 펄럭이는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일본 브랜드 로고를 달고 경기장을 뛰게 할 것인가. 국가대표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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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WBSC U-18 야구월드컵) 동메달결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한국 이주형이 우월 역전 2점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 들어오며 포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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