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KBS ‘추석특별기획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에 출연해 이산가족의 기억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 나흘간의 추석 연휴를 마치고 오는 16일 업무에 복귀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치와 외치 모두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안으로는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 속에서 정기국회가 파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검찰과 사법, 교육 등 분야에서의 개혁입법을 완수해내는 것이 난제다.

 

조 장관의 임명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야권이 손잡고 '반문 반조' 연대를 꾀하는 흐름 속에서 정기국회 기간 야당과의 협치는 더욱 어려워진 분위기다.

나라 바깥의 사정은 이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되돌리려면 문 대통령이 '촉진자'로서 핵심이슈인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확실한 돌파구를 견인해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 주 문 대통령의 방미 계기에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은 향후 비핵화 정세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장관 임명…여야 첨예대립 속 부정적 여론 여전

 

추석 연휴 기간 친지들이 고향에 모여 주고받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는 조 장관의 임명 문제였다.

 

정치권에서는 조 장관의 임명을 놓고 여전히 첨예한 대립이 이어진 가운데 조 장관 임명에 부정적인 여론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개혁'을 조 장관 임명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이 같은 여론이 검찰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조 장관이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도출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조 장관에 부정적인 여론 못지않게 그에 따른 야권의 반발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이다.

 

보수 성향의 야권이 연대해 청와대·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정국이 파행을 빚어질 경우 검찰 개혁은 물론 조 장관 딸의 논문 의혹 등이 불거지시한 문 대통령이 지시한 대입제도 개혁과 민생 분야 입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날 '조국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조 장관의 5촌 조카를 체포한 데 이어 검찰 수사의 타깃이 점점 조 장관으로 향할수록 개혁 동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무 라인이 야당과 지속해서 소통할 것"이라고 했으나 야권을 설득할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르익는 비핵화 대화 분위기…'촉진자' 문 대통령 힘 싣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과 한미정상회담 개최 결정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거대한 톱니바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관측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보이지 않는' 물밑 외교의 흐름 속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가 중대한 국면을 맞았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연휴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이번 주 외부 일정을 줄인 채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비핵화 대화 당사자인 북미 양국 못지않게 현 국면은 문 대통령에게도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노이 노딜' 후 좀처럼 진전이 없던 비핵화 국면은 지난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으로 극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그 이후 석 달 가까이 북미 간에는 실무협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와중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9일 대화 의지를 밝히고 미국이 화답한 것은 문 대통령의 '촉진자역'에도 좋은 기회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 '슈퍼 매파'였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해임되는 등 모처럼 우호적 외교적 환경이 마련된 상황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북미 간 비핵화 대화도 다시 안갯속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제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양측의 실무진이 하루빨리 실무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전망이다.

 

특히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로드맵과 단계별 이행계획을 그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미국 방문에서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를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따라 '촉진자 역할'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한미 간 갈등 양상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도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다.

 

청와대는 "미국이 우리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으나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라는 표까지 써가며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일본 경제보복이 왜 부당한지를 알리는 한편,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역설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이슈가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경우 이 문제에서만큼은 양국의 이견만 확인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yuniy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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