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시장 수급 불안 확대… 국제유가 급등세
트럼프 전략비축유 방출 승인
석유화학 원료 에탄·에틸렌 생산 절반 줄어 석화 시장도 영향 불가피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시설 두 곳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중동의 원유 공급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예멘 반군의 유전 공격으로 아람코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570만 배럴 줄이면서 세계 석유 공급량의 5% 이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외신은 사우디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전 세계적인 유가 상승은 물론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유 공급 리스크가 얼마만큼 심각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석유 생산 변수가 중동산 원유 공급체제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원유시장이 수급 불안에 휩싸이자 15일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SPR)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전략 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며 “필요한 경우 시장에 잘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원유 생산에도 속도를 내는 등 시장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세계 원유 시장은 현재 충분한 양의 재고가 있다”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CNN 역시 아람코가 수주 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원유를 비축해둔다며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주요 기구들의 사태 수습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 이상 뛰었다.

이날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1.50% 오른 배럴당 61.29달러에, 북해산 브렌트유도 13% 급등하며 배럴당 68.0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 초반 배럴당 71.95달러를 찍으며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드론 공격으로 아람코의 생산량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유 공급 불안을 의식한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원유시장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 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시설이 세계 최대 규모로 원유를 탈황·정제하는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한다며 석화 플랜트에서도 원료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도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줄어든다”며 “석유화학 원료인 에탄과 천연가스 생산량도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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