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무역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미국과 일본이 오는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협정에 서명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범위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부응했지만 자신들이 철폐를 촉구했던 자동차 관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23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유엔총회에 맞춰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무역협정을 체결한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협정에 서명한 후 임시국회에서 승인되면 미일 무역협정은 연내에 발효될 전망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 등에 부과되던 관세를 미국의 요구대로 TPP 참가국 수준으로 즉각 인하하게 된다. 연간 14만톤의 미국산 밀도 ‘특별수입물량’이란 명목으로 수입하게 된다. 일본 정부가 관리하는 해외 밀 수입량은 연간 574만톤으로 설정돼 있지만 추가로 미국에 14만톤의 시장을 열어준 셈이다.

아베 정권은 저율 관세로 수입된 농산물과 비교적 가격이 비싼 국내산과의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입이익금(마크업·markup)을 부과하는 완충장치를 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농가 소득 하락과 시장 교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육류 시장도 다 내줬다. 쇠고기에 부과되던 현행 38.5%의 관세율은 협정 발효 후 TPP 수준으로 낮추다 최종적으로는 9%까지 떨어뜨리고 돼지고기 관세도 단계적으로 인하해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을 제로(0)화한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15%, 리터당 125엔(약 1400원)이 부과되던 와인 관세도 단계적으로 철폐돼 미국산이 일본 시장에서 경쟁하기 쉽게 된다”며 미국에 유리한 협정임을 시사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자동차 관세다. 

“미국이 자동차를 포함해 일본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경우 TPP에서 합의한 수준까지 농산물 관세를 인하하겠다”던 일본 정부는 나서서 시장을 개방했지만 미국은 자동차 관세 철폐가 아닌 관세 삭감도 합의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미일 무역협정 서명을 앞두고 자동차 부품·본체에 대한 관세 삭감이 논의되고 있지만 조기 관세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이미 농산물 시장을 내준 상황에 자동차 협상이 길어지면 밸런스가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정부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자동차 관세는 ‘추가 교섭 후 철폐’를 명기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억지 주장을 펼치며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하려 할 수 있다며 리스크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자동차 업체는 미국 내 생산을 늘리라는 트럼프 대통령 주문에 맞춰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난해 수출 규모는 174만대로 4조5241억엔(약 50조원)에 달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9294억엔(약 10조3000억원) 수준으로 두 품목을 합할 경우 대미 수출액의 약 3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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