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구광모 회장의 색채를 맛보기로 보여준 느낌이에요."

지난해 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첫 사장단 인사에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의 새 수장으로 외부인물을 내세우자 재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평가가 쏟아졌다.

LG는 순혈주의가 강한 기업이다. 오너가 3번 바뀌는 동안 외부인물이 계열사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는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무채색'일줄 알았던 40대 젊은 CEO의 탈(脫)LG스러운 결단은 그래서 파격이었고, 그래서 놀라웠다.

그리고 2019년. LG의 주요 계열사인 LG전자는 새 'OLED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온에어 했다.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 컬러를 만드는 LG OLED.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는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앞에 A가 붙든, B가 붙든 Q가 붙든 다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니까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QLED TV’를 정조준 한 광고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자체발광이 아닌, 백라이트가 필요한 LED TV일 뿐'이라는 직접적인 '비판'을 광고에 담아냄과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신고서를 제출했다.

LG의 또다른 계열사인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을 제기했고, LG유플러스와 LG생활건강은 각각 SK텔레콤·KT, 쿠팡에 '공정 거래를 하자'며 칼을 빼들었다.

사업성 없는 사업은 과감히 쳐냈고, 미래 먹거리는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의 적자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평택에 있던 생산기지는 인건비·제조원가가 낮은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했다.

과거의 LG라면 가능했을까. 구광모호 LG는 선대 회장들이 이끌어온 LG와 확실히 다르다. "좋은 게 좋은거'라는 옛 LG의 '착하기만 한 경영방식'은 더이상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LG의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나쁘게만 보이진 않는다. 혼자 가게를 운영할 때와 직원을 1000명 두고 기업을 경영할 때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후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정도(正道) 경영으로 대변되는 LG의 좋은 DNA는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과감한 베팅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구광모호 LG의 변혁이야말로, 글로벌 기업 LG에 일찍이 입혔어야 할 '색채'가 아니었을까. 구광모 시대를 연 LG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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