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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는 중세 미사를 비롯한 가톨릭교회 전례 의식에 무반주로 된 단성성가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작곡된 것이 아니라 구전된 성가들을 채보하여 통합, 편찬한 것이다. 교황 그레고리오가 정리했다고 해서 그레고리오 성가라고 한다. 집대성한 그레고리오 성가는 점차 변화가 이뤄진다. 즉 그레고리오 성가 원형에 가사를 첨가하거나 음을 추가하기도 하며 9세기 후반에는 단성성가였던 성가 선율 아래, 위로 음들이 덧붙여져 다성음악이 되기도 한다. 

 

 그레고리오 성가가 다성으로 발전하기 이전 9세기 중엽부터 그레고리오 성가의 마지막 ‘알렐루야’의 마지막 음을 길게 만드는 경우도 생겼다. 알렐루야의 끝 음이 길어지자 그음을 기억하기 위해 가사를 붙여서 기억했고 하나의 독립된 성가가 되었다. 이것은 음악적 용어로 ‘부속가(sequentia)’라고 하며 12세기 중엽에 부속가 절정을 이루어 거의 5,000곡이 생겨날 정도였다. 이렇게 늘어난 부속가를 트렌트 공의회(1545-1563)에서는 전례에 불경스럽고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네 곡만을 허용했다(후에 1곡이 더 추가되 5곡이 됨). 《진노의 날(디에스 이레, Dies Irae》’이 그중 한 곡이다. 

 

《디에스 이레》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에나 베르디의 《레퀴엠》에서 이미 접했던 제목이다. 이것은 성가의 첫 번째 구절의 가사에서 가져왔다.

 

Dies iræ, dies illa,(진노의 날, 바로 그날),
solvet sæclum in favilla,(온 천지가 잿더미 되는 그날),
Teste David cum Sibylla.(다윗과 시빌라가 예언한 날).

 

초기 기본 원형의 선율 《디에스 이레》는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5악장에서 제시된 바 있으며, 이후 영화의 극적인 장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 ‘샤이닝’의 오프닝 곡,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오아시스 개발자가 퍼즐 속에 세 개의 열쇠를 숨겨 놓고 열쇠를 찾으러 가는 도중에도 등장한다. 이미 첫 번째 열쇠를 획득한 후 두 번째 열쇠를 찾기 위해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디에스 이레》의 선율이 나온다. 

 

최근 상영된 윤종빈 감독의 첩보영화인 ‘공작’에서도 나타난다. 

때는 1990년대 안기부 해외 실장인 최학성(조진웅 분)은 박석영(황정민 분)을 블랙 공작원으로 작업을 한다. 최학성은 북한이 이미 핵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핵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박석영을 대북 사업가로 위장시킨다. 

“중국 베이징으로 건너가 대북사업가로 위장하여 북한 고위층에 접근한 후 핵개발의 진척도를 알아오라”

 

박석영은 ‘돈이 되는 사업은 다 할 수 있다’라는 사업가 기질을 북의 고위 간부인 리명운(이성민 분)에게 확실히 각인 시켰다. 박석영은 리명운과 신의를 쌓고 북한에 광고 사업을 제안한다. 그리고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을 직접 만나게 된다. 이때 만나러 가는 도중 나오는 음악이 《디에스 이레》이다. 아마도 스파이로서 걸리면 죽음이고, 성공하면 북으로 광고 사업이 되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의 길이기 때문에 이곡을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샤이닝’)

 

(《디에스 이레》의 원형)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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