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는 푸틴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거친 수사를 배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간 직접 대화가 평화적 문제 해결의 희망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4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흑해 연안의 러시아 휴양도시 소치에서 열린 연례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푸틴은 "대화는 항상 어떤 대립보다 좋다"면서 그 대표적 예가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회담에 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도적이고 아주 균형 잡힌, 전적으로 실용적이고 올바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미국 대통령들은 북한을 무시하고 불량국가로만 취급했다. 트럼프가 역사적 행보를 취해 (북한에 대한) 몰이해와 소외를 극복하고 김정은과 만나 대화 과정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미국이 사전 형식이나 조건 없이, 모욕에 가까운 관습적이고 아주 무례한 수사를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대화를 결정하자마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희망이 생겨났다"면서 "물론 우리는 많은 미해결 문제들과 긴 여정이 남아 있음을 안다. 하지만 트럼프의 파격적인 행보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졌으나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후 한동안 냉각기를 보낸 양측은 오는 5일 실무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제 안보 상황이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등으로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이 INF에서 탈퇴한 첫 번째 이유는 조작된 러시아의 조약 위반 때문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이 조약이 금지하고 있던 무기들을 배치하려는 계획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INF가 금지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해 이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는 주장이었다.

 

푸틴은 러시아가 미국의 이러한 시도에 '적절하고 대칭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앞서 미국이 러시아와의 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하루 만인 지난 8월 3일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 언론에서는 일본이나 한국, 호주가 미사일 배치 후보지라는 보도가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이 먼저 배치하지 않는 지역에 INF 조약이 금지했던 중·단거리 미사일을 러시아가 먼저 배치하지는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관련국들이 이 같은 합의를 구체화하자는 러시아의 여러 차례에 걸친 제안에 미국도 유럽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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