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사진 좌)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로 흔들리는 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사진 우)이 바이든 후보의 ‘대세론’을 깨면서 미 월가에서 ‘워런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15일(현지시간) 4차 TV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로 흔들리는 가운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바이든 후보의 ‘대세론’을 깨면서 미 월가에서는 ‘워런 리스크’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 토론회는 오후 8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됐고 19명의 경선 주자 중 자격을 갖춘 12명이 참가했다.

이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후보는 “탄핵을 제외한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주장했고 워런 후보도 “누구든 법을 따라야 한다”며 탄핵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아들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사업 부정 이익 의혹과 관련 “아들도 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 (오히려) 트럼프 자신의 부패에 관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헌터 역시 토론회를 앞두고 ABC방송 인터뷰를 통해 “성이 바이든이 아니었다면 외국 기업 이사로 임명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이사직을 수락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지만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는 헌터가 언론에 나선 것은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 하락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서며 워런 후보에게 밀렸다.

9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정치적 라이벌인 바이든 후보와 아들에 대한 의혹 조사 압력을 가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후 30%대였던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퀴니피악대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민주당원·민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워런 후보는 30% 지지율로 선두를 달렸다. 바이든 후보는 27%로 2위에 머물렀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이 각각 11%, 8% 지지율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이 바이든 후보에게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워런 리스크’ 현실화 우려에 미 월가 긴장

민주당 경선 후보 중 1위를 달리던 바이든 후보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샌드위치’ 신세에 빠지며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가운데 샌더스 후보도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건강문제가 불거져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이 틈을 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던 워런 후보가 치고 올라오며 선두에 섰다. 빈부격차 해소를 내세우고 있는 워런 후보는 노동자와 저소득층, 여성의 권리향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대기업과 금융업계가 워런 후보 딩선 시 수익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워런 리스크’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가 한 관계자는 “워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주식시장은 어떻게 움직일 것 같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증권사 밀러 타벅은 대형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주가 동향에 ‘엘리자베스 워런 인디케이터’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전국민 건강보험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운 워런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수익 저하 우려로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은행과 증권을 분리하는 글래스 스티걸법 부활, 거대 첨단기업 분할, 셰일가스 채굴 금지, 농업 관련 산업 분할, 최저임금 2배 인상 등 워런 후보의 주요 정책에 규제 강화책이 많다며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한 법인세 감세 재검토와 부유층에 대한 과세 단행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와 워런 후보의 ‘경제애국주의’는 비슷하다”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자신의 지지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모두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로 기울기 쉽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는 것과 대선에서 이기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워런 후보가 선전할수록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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