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재정이 악화로 2030년께 파산할 것이라 주장한 잔루이지 누치.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상준 기자] 바티칸 교황청의 재정이 악화하고 있으며 이 상태로 가면 2023년께 파산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잔루이지 누치는 21일(현지시간) 발간한 저서 '최후의 심판'(Il Giudizio Universale)에서 이같이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3000여개의 바티칸 기밀자료를 분석해 썼다는 이 책에서 누치는 바티칸이 2017년 3200만달러(약 375억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도 4390만달러(약 514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바티칸의 재정 상태가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누치는 바티칸 재정이 급격히 악화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부금 감소'를 꼽았다.

바티칸의 기부금 수익은 2006년 1억100만달러(약 1184억원)에서 2016년 7000만달러(약 820억원)로 급감, 현재 6000만달러(약 703억원)를 밑돌고 있다고 한다.

근래 들어 사제의 미성년자 성 추문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며 가톨릭교회의 위상과 신뢰에 금이 간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누치는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바티칸 재정의 근간인 부동산 수익성이 급감한 것은 교황청에 치명타가 됐다.

바티칸이 소유한 부동산은 2926곳에 달하는데 작년 여기서만 2260만달러(약 26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바티칸이 부동산 투자에서 손실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라고 누치는 짚었다.

여기에는 담당자들의 관리 부실도 한몫했다. 바티칸 소유 부동산 가운데 800여곳은 공실 상태이고, 무상으로 임대한 건물도 여럿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바티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불법 금융·부동산 거래 의혹도 교황청의 심장부인 국무원 관료 등이 영국 런던 시내 고급 오피스 빌딩에 대한 투자 손실을 피하려고 무리수를 두다 불거진 것이라고 누치는 주장했다.

누치는 교황청의 방만한 조직도 문제 삼았다.

작년 바티칸의 인건비는 기부금 수익을 두배 이상 웃도는 1억4000만달러(약 1641억원)에 달한다.

심지어 홍보를 담당하는 부처 한 곳에서만 563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조직 운영이 방만하다고 누치는 지적했다.

누치는 교황청의 비리를 파헤친 '바티칸 주식회사', '교황 성하', '성전의 상인들', '원죄' 등의 책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2012년 출간돼 미국·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100만부 이상 팔린 '교황 성하'는 바티칸의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쓰여 이른바 '바티리크스' 사태를 촉발했다.

 그는 이후 기밀을 부적절하게 입수한 혐의로 교황청 사법당국에 의해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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