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쿠팡 대표이사,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포털 사이트 인물 정보란에 '김범석' 이름 석자를 입력하면 나오는 내용의 전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고객과 소통하길 즐기는 젊은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혁신 서비스'로 소통하고자 하는 베일에 쌓인 승부사.

대외적으로 미디어에 얼굴을 비춘 것도 2015년 11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마지막이다.

쿠팡 창립자로서 그의 꿈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고객이 생각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점 아래 조용히 묵묵하게 유통 혁신을 꾀하며 미국 경제전문매체 '패스트컴퍼니'로부터 '2019년 가장 창의적인 인물 100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김범석 대표는 한국의 제프 베조스(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다." 패스트컴퍼니의 소개글이다.

◇ 당일배송·최저가 경쟁 시대 열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 대표는 1978년생의 비교적 젊은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하버드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다.

쿠팡은 그의 세 번째 사업이다.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98년 첫 사업으로 '커런트'라는 잡지를 창간했고 2004년부터는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설립해 명문대 출신들을 겨냥한 잡지를 발간했다.

두 회사 모두 매각에 성공한 김 대표는 2010년 한국으로 넘어와 '쿠팡'을 설립했다.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매버릭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30억원의 초기 투자금을 받았다.

정통 유통맨이 아닌 그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메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빅3 중심의 유통시장에 큰 충격을 주며 10년도 채 안돼 공룡을 위협하는 괴물로 성장했다. 최근 유통업계 키워드인 당일배송, 최저가 경쟁의 발단도 김 대표에게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로캣배송 쿠팡맨/사진=쿠팡

 

◇ 1조 적자에도 인정받는 쿠팡의 미래 가치

그늘도 있다. 지난해 4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나 물류센터를 두 배로 늘리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영업손실이 눈두덩이처럼 불어났다. 손실 규모만 1조원을 웃돈다. 일각에서는 '위기론'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 직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외부에서는 쿠팡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계속 의심을 하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요. 윗선에서 강조하는 내용도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줘야한다는 것뿐이에요." 쿠팡 소속 직원의 이야기다. '계획된 적자'라는 말도 들린다.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도 이와 같을까. 쿠팡은 굵직한 투자를 연이어 유치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비공개' 투자도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조 적자에도 그 미래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를 투자받는 계약을 체결하며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고객이 생각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포부처럼 쿠팡은 유통업계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고객 편의 중심의 유통환경 재편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쿠팡이 없었다면 지금의 유통환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늘도 '쿠팡만의 길'을 가고 있는 김범석 대표의 뚝심을 응원하는 이유다.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 프로필.

1978년생.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2010 ~ 쿠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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