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아령·이현영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두차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1.75%에서 1.50%으로, 또다시 1.25%까지 낮추면서 2년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라는 행보에는 물가하락과 소비·투자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한은의 경기부양 의지가 배경으로 작용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우리나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은 두 연속 '마이너스'를 찍었고, 소비·투자도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이르면 내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 내 추가 인하

한은의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시장의 이목은 '2020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까지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중앙은행 입장에선 금리 인하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달 인하 후 내년 상반기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 들어 민간부문 성장률이 극심한 둔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전체 성장률 역시 정부 소비 둔화의 영향으로 실망스러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공식석상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연이어 시사하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경기 하방 기세가 커서 금리를 두 차례 내렸고 앞으로도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앞선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에는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은 남아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금리인하 효과는 '미미'...실질적 정책 '급선무'

그러나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은 줄 수 있지만,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악화의 원인이 금리때문이 아닌 △노동비용의 문제 △반도체 경기 후퇴 △대외 경기 둔화 등의 복합적 이유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금리를 계속해서 낮출 경우 오히려 저금리에서 풀린 돈이 부동산시장이나 위험자산으로 유입되거나, 금리를 내려 돈을 풀어도 경기부양 효과가 없는 '유동성의 함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로 인한 경기부양의 효과를 기대하기 보단 추가적인 경기 악화 막기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정책이 뒤따라 줘야 한은의 금리인하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은이 금융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지급준비율을 조정해 은행 부실을 막고 기준금리 조정으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정도로 수단이 별로 없다”며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보유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금융안정을 주도하고, 한은은 존립 이유인 물가안정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디플레이션 우려 상황에서도 한은은 계속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통화정책에만 집중해왔는데, 한국 경제 및 금융시장이 과거와 달리 견실해진 만큼 한은이 양적완화와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미리 고지하는 것), 마이너스 금리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자신감 있게 펼치길 바란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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