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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악화일로다. 인구구조 변화, 경기부진 등으로 성장동력이 악화된 보험업계가 이번엔 '저금리' 직격탄을 맞았다.

악재만 가득한 상황에서 주요 보험사의 3분기 순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대 급감한 기업도 나왔다. 본(本)업인 보험영업이 손실을 내는 상황에서, 그동안 실적 성장을 견인한 투자수익이 고꾸라져 실적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 저금리 기조에 운용수익↓… 해외 투자도 규제에 '발목'
 

통상적으로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투자수익이 줄어든다. 실제로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수익률은 1년 넘게 3.6%를 유지하다 올 상반기 말 3.4%로 깨졌다. 확정 고금리 상품을 많이 취급한 보험사들의 시름은 특히 더 깊다. 뱉어내야 할 돈(보험금)은 그대로인데 수익률이 떨어져 '역마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자금운용뿐 아니라 보험영업 자체도 금리에 영향을 받는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20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금리 하락은 생명보험산업에 다방면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저축성 보험은 금리경쟁력이 하락하고 보장성 보험은 보험료가 상승해 결과적으로 신계약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려고 해도 규제로 인해 여의치 않다. 현행 보험업법이 보험사의 해외 투자 비중을 총자산의 30%로 묶어두고 있어서다. 규제 한도를 풀어주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모 보험사 관계자는 "2003년 시행된 규제다. 2003년과 2019년 현재의 보험업 환경은 정말 180%도 달라졌다"며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K-ICS 도입 '첩첩산중'… M&A 매물 쏟아질까

 

더 큰 문제는 미래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시가로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K-ICS가 도입될 경우 기업의 부채 증가로 이어져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되면 K-ICS 도입 시 RBC(자기자본) 비율이 감독기관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회사별 상황에 맞게 기간과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적용 방식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BC비율은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금융감독원은 150%를 권고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임주환 선임연구위원은 "K-ICS가 도입되면 보험사들은 '듀레이션 갭(Duration Gap)' 확대를 예방하기 위해 국채 보유를 늘리고, 이는 다시 금리를 하락시킬 것"이라며 '악순환의 늪'을 우려했다.
 

이로 인해 중소형 업체가 '생존기로'에 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DB생명보험, 더케이손해보험은 일찍이 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당장 문 닫을 일은 없겠지만, 저금리·경기침체 흐름이 지속된다면 파산하는 기업도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상황에 맞는 정부의 유연한 규제 적용,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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