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7년간 협상을 거듭하던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4일 사실상 타결됐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핵심 회원국인 인도가 중국에 맞서면서 연내 타결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며 인도의 시장개방 거부 방침이 협상의 걸림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RCEP는 중국의 주도로 구성된 무역체제로 지난 2013년부터 중국과 한국, 일본,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인도 등이 협상을 진행해 왔다. 

특히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인도·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FTA’로 불리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RCEP 타결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세계 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은 “주요국 중 한 곳이 추가 협상을 요구하며 협정에서 빠졌지만 15개국 정상이 2020년 RCEP 최종 타결과 서명 추진을 약속했다”며 15개국의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

다만 최종 과정에서 인도가 양보하지 않으며 지난 4일 회원국들이 목표로 내건 16개국 전체 타결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올해도 연내 타결 목표는 무산된 셈이다.

중국 의식하는 인도… 또 어깃장

CNBC 등 외신은 이날 방콕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정상이 20개 항목의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지만 인도가 중국과의 만성적 무역적자를 이유로 추가 협상을 요구하며 협정에서 빠졌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회원국들이 협상에 진전을 보였지만 무역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인도는 관셰 철폐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가 “RCEP에 앞으로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각국에 전하는 등 협상 탈퇴를 시사했다며 RCEP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도가 중국에 맞서면서 RCEP 타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RCEP 회원국들은 미중 무역갈등에 우려를 표하며 가능한 한 빠른 시행을 원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RCEP 회의 후 인도 외무부 고위 관계자는 “인도 입장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우려들이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RCEP 협상에 인도가 동참하지 않은 것은 인도의 우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RCEP 협정 체결 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도 농민과 무역업자, 산업 관계자 등의 우려와 이슈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인도가 RCEP에서 완전히 탈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지만 만약 13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구 대국 인도가 발을 빼면 RCEP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RCEP 타결에 모디 총리가 소심한 이유는?

2030년 이후 미국, 중국과 함께 3대 경제대국으로 전망되는 인도가 협상 최종 상황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인 이유는 ▲경제성장 둔화 ▲시장 개방에 대한 자국 내 반발 ▲무역적자 확대 우려 등 크게 3가지다.

2014년 취임한 모디 총리는 7~8대%의 고성장을 유지해 왔지만 ‘모디노믹스’가 실패하면서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이 5%로 떨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고용지수도 역대 최악 수준이다.

주요 외신은 모디 총리가 관세 인하와 시장 개방 등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농업 등 자국 산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도가 주로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RCEP 타결로 중국산 공산품과 농산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시장 개방에 대한 반발로 모디 총리의 정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은 지난 5월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뒀지만 지난달 21일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는 고전하며 의석수를 줄였다. 경기 둔화 때문이다.

RCEP 회원국들은 모디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협상 조기 타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의회 선거 결과로 기대가 무너졌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무역적자 확대다. 인도는 약 13억의 인구 대국이지만 1인당 GDP는 2000달러 수준으로 16개 회원국 중 14위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 인도의 무역액은 7494억 달러로 이 중 RCEP 회원국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RCEP 회원국들이 인도 무역적자의 65%를, 특히 중국의 경우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는 협상 결과에 따라 값싼 중국산 제품이나 호주산 농산물 유입이 늘어나며 적자 규모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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