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업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의 시대. 

IT기술을 이용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핀테크(Finance+Technology)' 개념을 넘어, 이제는 금융이 '금융의 문턱'을 넘어서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나섰다.

네이버가 금융자회사를 설립하고 토스 등 핀테크업체가 약진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금융 문턱을 넘어 다다른 첫번째 목적지는 '통신'이다.

대표주자는 KB국민은행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4일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엠(Liiv M)’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통신사처럼 요금제 설계부터 가입 프로세스, 고객 응대까지 전 과정을 은행이 맡는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특례를 적용 받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덕분이다. 은행 측은 "4년간 통신업 인가를 받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요금제에 '혁신'을 더했다. 첫 번째 선보인 요금제는 온·오프 스위치를 통해 요금제를 간단하게 바꾸고 남은 데이터를 현금으로 바꿔쓰는 '스위치 요금제'다. 20대 젊은 층을 공략했다.

통신요금 고객을 KB금융 고객으로 흡수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KB금융을 이용하면 요금을 최대 3만7000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리브엠 이용을 위한 유심(USIM)칩을 휴대전화 단말기에 넣으면 모바일뱅킹 앱이 자동 설치되도록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엠을 통해 고객 기반을 더욱 확대하고 추가적인 마케팅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알뜰폰 전용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은행은 최근 SK텔레콤, SK텔링크와 ‘디지털 기반의 금융·통신 혁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첫 번째 작품으로는 SK텔링크의 알뜰폰 전용 요금제에 하나은행의 금융 할인을 결합한 요금상품 출시를 추진 중이다. 기존 알뜰폰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혜택도 결합해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교보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연내 알뜰폰 요금제 출시를 공식화 했다.

고객에게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는 동시에, 보험설계사(FP)의 통신비를 지원해 영업비용 감축 효과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회사는 소속 보험설계사 1만3000여명 중 90%가량이 요금제를 전환할 경우 연간 56억원 이상의 비용 감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과 통신의 융합 시도가 고객들에게는 통신요금 절감의 혜택이, 금융사에게는 고객 기반 확대의 1석2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이업종간 융합은 트렌드로 떠오른지 오래"라며 "IT기업이 금융업을 하는 것처럼, 금융권에서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좀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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