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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환경부가 카페 내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 1일이다. 

이를 어기고 일회용 컵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사업자에게 5만원에서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카페에서 일회용 컵 규제는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카페들이 플라스틱 컵을 쓰지 않는 대신 일회용 종이 컵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일회용 종이컵은 매장 내에서 사용하더라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도 플라스틱 컵보다는 종이 컵이 비교적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국회의원은 일회용 종이 컵과 관련해 "종이로 만든 것을 가지고 시비 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일회용 컵은 환경에 부하가 적다. 플라스틱 컵이 아닌 종이 컵을 가지고 시비 거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며 종이 컵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국회의원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종이컵은 과연 플라스틱 컵보다 재활용이 쉽고 친환경적일까?

현실적으로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종이 컵의 경우 사실상 플라스틱 컵만큼 재활용이 어렵다고 한다. 100개의 종이 컵을 사용하면 고작 2개 정도만 재활용이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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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종이컵은 음료를 담았을 때 종이가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에 플라스틱(PE) 코팅 처리를 한다. 우유팩처럼 말이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이 코팅을 벗겨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라, 종이 컵만 따로 모아서 재활용 업체로 보내야 한다. 일반 종이류와 함께 배출하게 되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최근 플라스틱이 환경오염 주범으로 인식되어 플라스틱을 일절 쓰지 않는  ‘플라스틱 free’ 운동이 벌어지고, 종이 빨대 등 대체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잘 알고 있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대체 상품 중 한 사례다. (스타벅스는 영국 등 해외 매장에서도 종이 빨대를 제공한다. 2020년까지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앨 계획이며, 6월부터는 고객용 적립카드까지 종이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종이 제품을 사용하면 당장 플라스틱 쓰레기는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모두 비교해 보면 종이 소재 일회용품 또한 그리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이는 대부분 목재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종이컵, 종이 빨대 사용량이 크게 늘면 삼림에 타격을 입힐 수 있고 이것은 결국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리수거를 잘하면 환경오염도 막고, 자원낭비도 막는다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간단히 종이류 분리수거에 대해 설명하자면, 크게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반 폐지와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팩이 있다. 종이팩과 종이컵은 일반 종이들과는 다르게 최고급 천연펄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고 일반 폐지는 대부분 코팅된 종이거나, 광고, 책자 등은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해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또한 영수증도 다른 재질과 혼합된 종이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되지 않아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종이컵만 따로 수거하면 종이와 플라스틱을 섞어 만드는 펄프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종이컵 대부분이 일반 쓰레기에 섞여 배출돼 재활용률이 낮은 것이다. 

일반과 재활용으로 분리하여 버리는 쓰레기통 모두에 버려져 있는 일회용 종이컵. 이제는 (그 동안 몰라서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엄격하게 따로 분리하여 다시 재활용 될 수 있도록 1일 1회 ‘친환경 실천’을 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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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번거롭지만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 내에 참여하고, 각종 플라스틱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내놓고, 음식을 담아 오염된 플라스틱은 물에 헹궈 쌓아두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땐 일부러 에코-백을 챙기고, 카페에선 자연스레 점원에게 텀블러를 건네는, 세계 재활용 2위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들. 하지만 왜 여전히 집 안에는 플라스틱 포장재가 넘치고 길거리엔 버려진 일회용 컵이 나뒹구는 걸까.

환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덜 쓰고 잘 버리는 것보다 정부나 기업이 정책적인 청사진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친환경적으로 제품을 디자인 하고, 일회용품 생산량 자체를 줄이고, 재사용 할 수 있는 제품 생산을 촉구한 그 다음에 재활용이 해결책으로 다뤄져야 하는 것이 순서 아닐까? 

문제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일회용’ 이기에 플라스틱을 없애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게 아니라, 일회용품 사용 자체를 줄여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 플라스틱이 문제 된 것도 가격이 싸고 대량생산에 유리해 많은 사람이 일회용으로 사용하며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수박 겉 핥기 식 '재활용 촉구'로 바닥에 넘친 물을 닦고만 있는 상황은 아닌지, 그로 인해 소비자는 그 심각성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매 순간 죄책감을 지우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오늘의 분리수거가 무의식적인 환경파괴 죄책감의 지우개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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