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며칠 전 북촌의 “어둠의 속에 대화”를 체험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걷고 타고 마시는 느끼는 등의 체험을 통해 우리가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보다’라는 말이 와닿는 감동적인 체험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예전에 본 시력 잃어 장애가 된 퇴역 중령의 역할을 너무나 현실처럼 알 파치노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여인의 향기’가 떠올랐다. 이 작품으로 알 파치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영화 ‘여인의 향기’는 서로 만날 수도 없을 정도로 다른 환경과 각기 다른 고민을 갖은 두 사람이 만나 갈등과 고민을 한다. 그리고 전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지만 교묘하게 서로를 도와주게 된다. 

 

찰스 심즈(크리스 오도넬 분)는 집안이 어렵지만 뉴 잉글랜드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베어드 스쿨에 다니면서 하버드 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는 장학생이자 모범생이다.

찰리는 크리스마스에 집으로 내려갈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해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한다. 마침 학교 알바 광고란에 노인을 돌보는 일을 찾게 된다. 

 

찰스가 돌봐야 할 노인은 프랭크 슬레드(알 파치노 분)로 퇴역한 중령으로 다혈질 성격에 남에게 모욕적인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었고 앞을 볼 수 없다. 그의 사촌 가족들이 추수감사절 동안 여행을 가기 때문에 시각 장애인인 프랭크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한편 학교 도서관에서 알바를 하는 찰리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동기 조지 윌리스(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은 늦은 시간 하교를 하고 있다. 그때 짓궂은 다른 동기 친구들이 교장 선생님 전용 주차 공간에 무엇인가를 설치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것은 부비 트랩(booby trap)이었다. 다음날 차와 몸에 페인트를 뒤집어쓴 미스터 트레스크 교장선생님(제임스 레브혼 분)은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분노한다. 그리고 그날 설치하는 것을 목격한 조지와 찰리를 추궁한다. 교장선생님은 찰리에게 범인을 실토하면 하버드에 장학생 추천장을 써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범인을 누구인지 말하지 않으면 퇴학을 시킨다고 협박한다. 

고등학생인 찰스는 하버드 대학교를 선택하려면 친구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

한편 노인 돌보기 알바를 하러 온 찰리는 갑자기 프랭크가 짐을 싸고 뉴욕행 비행기를 타러 간다고 한다. 그것도 찰리와 함께 간다. 뉴욕에 온 그들은 최고급 호텔과 멋진 옷 좋은 레스토랑 그리고 리무진을 타고 여행을 한다. 하지만 프랭크는 이 모든 것을 한 후 자살할 계획을 하고 있다. 

 

찰스와 프랭크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도나(가브이엘 앤워 분)에게 말을 건다.

프랭크는 도나와 춤을 추자고 제안하고 실수할 거 같다고 머뭇거리는 도나에게 “탱고는 실수할 게 없어요. 실수해서 발이 엉키면 그게 탱고죠“라는 말로 자신감을 준다. 그리고 도나는 얼떨결이지만 탱고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알파치노는 아름답고 상큼한 도나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그 이상의 그녀를 느끼며 탱고를 추는 모습이 정말 명장면이다. 

 

(영화 ‘여인의 향기’ 중에서)

 

그때 나온 음악은 카를로스 가르델 (Carlos Gardel,1890-1935) 작곡의 《Por una cabaza》이고 그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춘다. 《Por una cabaza》의 뜻은 스페인어이며 경마용어인 ‘머리 하나의 차이’이다. 원곡은 가사가 있으며 내용은 사랑의 밀고 당김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자살하려는 프랭크, 베어드 스쿨에 징계위원에서 범인을 밝혀야 하는 찰스의 고민과 갈등을 이들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는 영화를 직접 보면서 ‘보이는 것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수 있다.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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