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주류 '처음처럼' 하이트진로 '참이슬' '진로이즈백']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최근 국내 대표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빈 병 회수문제로 전쟁을 벌였다.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 4월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소주 “진로이즈백”의 빈 병을 수거한 롯데주류 측이 하이트진로 측에 이를 돌려주지 않으면서 시작되었다.

하이트진로 : “진로이즈백’의 하늘색 빈 병을 돌려달라.” 

롯데주류 : “규격과 다른 병을 쓰는 것은 협약 위반이다”  

브랜드는 달라도 각 업체 주요 소주병 색이 초록빛을 띠고, 같은 모양을 하게 된 것은 2009년 6월 환경부와 주요 주류업체는 ‘소주 공병 공용화 협약’ 때문이다. 이 협약은 주류업체들이 새로운 소주병을 만들어서 발생하는 비용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각 업체 주력 제품의 용기를 공통 규격으로 사용한다는 자율 협약이다. 이를 통해 어느 업체가 어느 제품의 병을 수거해도 병의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협약이 있었기 때문에 주류회사 입장에서는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자원낭비 없이 환경도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레트로 제품을 재해석해 내놓은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하늘색 병 진로이즈백이 예상외의 히트를 치며 지난 4월 출시 이후 무려 2000만병이 팔리면서 처음엔 많지 않았던 빈 병 양이 아파트 3층정도 높이까지 쌓이게 된 것이다. 진로이즈백 제품은 새로운 금형에 디자인을 입힌 만큼 기존의 병보다 20%정도 가격도 높아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늘어난 수요 때문이라도 만큼 발을 동동 구를 만큼 빈 병 회수가 절실해진 상황이 된 것이고 롯데주류 입장은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경쟁사 견제 목적이 아니더라도 소주병과 크기와 색깔이 다른 병을 선별해 돌려 주는 과정에서 적잖은 비용이 발생하고, 재활용도 불가능하며, 자율협약을 어긴 하이트진로 측에 수거한 공병을 순순히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 이른 것이다. 라이벌 입장에서는 솔직히 신경 쓰이는 문제다.

주류업체 입장에서는 소주병 재사용이 무조건 이득이다. 왜냐하면, 소주병을 새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150원인데, 빈 병을 재사용하면 세척비 50원에 수수료만 내면 되고 또 한 병 당 7~8번 정도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소주 공병 공용화 협약을 어겨 재활용이 불가능하게 했다는 시각으로 본다면, 이런 문제를 일으킨 하이트진로는 빈 병 공동이용 인프라를 무너뜨리고, 재사용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진배없는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솔직히 공병 재활용을 위해 분리수거에 열심이었던 소비자를 기만하고 배신하는 것이라 생각되었고 정부, 동종기업, 소비자에게 한 약속을 져버린 채 자사만의 이윤추구를 위해 새로운 병을 출시해 경쟁기업에게도 각자 생산하도록 포문을 열어주는 행위로 인식되어 결국 빈 병 재사용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것이란 염려도 생겼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를 빨리 읽어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그 동안 하이트진로는 롯데주류의 ‘청하병’을 소주병과 같은 선별 작업을 통해 10년 이상 반환해왔으며 올해에만 월 100만병씩 약 1000만병을 반환해왔고 메인-브랜드인 ‘참이슬’을 통해서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소주 공병 재활용에 기여하고 있고,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만족시키고, 경쟁이 치열한 주류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한 덕에 제품 출시 당시에 목표했던 연 매출을 단 2개월만에 도달한 ‘진로이즈백’이 탄생한 것이라는 하이트진로 홍보팀 담당자의 답변에는 딱히 반박할 근거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이형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획일화된 제품” 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회사만의 특색 있는 브랜드 개발을 위해 ‘이형병’ 사용을 찬성하는 기업의 목소리는 이미 있었다. 하이트진로 홍보팀 담당자도 하이트진로는 이 부분에 대해서 “다양화된 시장 요구에 따라 새로운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이미 기업의 입장을 밝혔으며, 중재에 나선 환경부 역시 “기업의 자율성과 소비자 선택권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했다고 답변을 주었다. 

소주 공병 공용화 협약 시각에서 보자면 강제성도, 법적 책임도 없는 자율협약이지만 자원의 절약과 순환이용이 중요시 되는 현 상황에서 기업이 자원순환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원순환을 후퇴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에 실망스럽다. 

어쨌거나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환경부가 출동했고, 환경부는 지금 당장 쌓여있는 병은 병당 10.5원씩 받고 먼저 교환한 뒤, 추후 연구 용역을 통해 객관적이고 적정한 수수료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겠다고는 했는데 어떤 묘안을 제시할 지 기대된다.

하이트진로 홍보팀 담당자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 12조의 4 ‘빈용기재사용생산자 등의 준수사항’에 따르면, 다른 빈용기 재사용 생산자의 제품이 회수된 경우 이를 사용하거나 파쇄하지 말고 돌려줘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롯데주류가 수거한 진로병을 자사 공장에 무작위로 방치하고 훼손시켜 재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파쇄된 병을 많이 발생시킨 행위는 롯데주류의 법 위반이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의 연구용역에 따라 산출된 교환비용을 토대로 추가 정산을 할 예정이며, 연구용역 결과는 2020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이트진로의 입장이 확인된 상황에서 롯데주류측은 아직 조용하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롯데주류가 뜻하지 않은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운데, 이번 사안이 마치 하이트진로에 대한 롯데주류의 의도적 ‘흠집내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 점유율 경쟁” 이 치열한 주류업계에 예기치 않게 수요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까지 개입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서 평소와 같았다면 레트로 진로의 판매가 늘어 많은 공병이 롯데주류 공장으로 유입된 것은 두 업체만의 문제가 아닌 주류업계 전체 차원의 문제로 논의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기업 간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이 시기에 발생한 공병 문제는 사안의 본질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어 안타깝다. 

소주의 원재료 중 가장 비싼 소주병. 어쩌면 사업의 성패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중요한 재원이기에 날을 세우겠지만, 어떤 기준을 선택하고 선을 지키며, 되도록 명확한 방향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균형을 맞춰 굴러가는 세상에서 기준을 흔드는 행동은 하지 말아 주었으면… 기업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친환경적인 대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창피는 비싸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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