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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손해보험업계 한숨이 짙다. 
 

올해 3분기(7~9월) 자동차·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순이익이 5000억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작년의 4분의 3 수준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농협손해보험 등 9개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5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3분기(6950억원) 대비 27.8% 감소한 수치다.

'빅4' 모두 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삼성화재는 작년 동기보다 32.6% 줄었고, DB손해보험은 -19.2%, 현대해상은 -28.3% 감소했다. KB손보는 순익이 7.0% 감소하는 데 그쳐 그나마 선방했다.
 

롯데손보는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엔 209억원 흑자를 냈으나 올해 3분기는 무려 54억원 적자가 났다.

한화손보의 순이익은 2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흥국화재는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유일하게 메리츠화재와 농협손보만 실적이 개선됐다. 메리츠화재는 같은 기간 순이익 규모가 729억원에서 766억원으로 5.0% 증가했고, 농협손보는 지난해 3분기 177억원 적자에서 올해 3부기 19억원 적자로 손실 폭을 줄였다.
 

업계는 손보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 배경으로 자동차 손해율 급등을 꼽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일제히 90%대를 넘겼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100원을 벌어 최대 10원을 남긴 셈으로, 여기에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하면 결국 자차보험은 이미 '팔수록 손해'인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 업계가 보는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특히 롯데손보는1년새 10.4% 포인트 오르며 100%(101.6%)를 넘겼고, 현대해상(92.2%), 메리츠화재(90.1%), 삼성화재(90.3%), DB손해보험(92.5%)는 새롭게 90% 선을 넘었다.

업계는 "9월 연이어 발생한 태풍 피해도 있었지만 구조적인 문제의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정비 공임이 인상된 데다가 한방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보험금 지급액이 급증하는 등 원가 인상 요인이 있었으나 그만큼을 보험료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육체노동 가동연한도 늘었다. 앞서 대법원은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자동차보험 배상항목 중 상실수익(사망·후유장해로 피해자가 얻지 못하게 된 미래수익)을 계산할 때 가동연한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가동연한을 늘리면 보험금 지급액도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손보사들은 가동연한 5년 연장으로 보험금 지급액이 약 1250억원 증가할 추정하고 있다.
 

해답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인데, 이미 올해에만 두 차례 인상을 단행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4000억원을 넘어섰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도 보험사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의료 이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동시에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항목 진료가 늘어나 손해율이 상승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 실소보험은 팔수록 적자인 상품으로 취급된지 오래"라며 "이들 상품의 손해율 급등 원인이 개별 보험사의 영업력 약화가 아닌 정부 정책 등 구조적 문제가 큰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안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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