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일본 중의원을 통과한 미일 무역협정이 상원 격인 참의원에서 심사 중인 가운데 20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도 공청회가 열렸다.

일본과 달리 미국은 관세 철폐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특례조치를 사용해 의회 승인 절차를 생략하면서 야당이 민주당 내에서는 의회 승인 과정 없이 협정을 맺은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의회 요청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의 미일 무역협상 담당자들이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자동차 및 관련 부품 관세 철폐가 빠져 일본 내에서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 협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합의 내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일 무역협정 관련 공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합의 내용이 제한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일 양국이 농산물과 공산품 관세를 삭감·철폐하기로 하면서 미국 농가와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일본의 비관세 장벽에 관한 논의가 미뤄진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2단계 협상을 통한 ‘포괄적 협정’ 실현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도마에 올랐다.

매슈 굿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미일간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이는 것은 중국에 대한 대응 등 다른 우선 사항에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무역 면에서 다른 우선 사항을 생각하고 있다”며 “2020년 2단계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UAW 역시 “대일 무역적자 삭감을 위해서는 일본차 수입제한이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극도로 꺼리는 수입 쿼터제 도입을 선택지로 내세웠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25일 뉴욕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 범위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부응했지만 자신들이 철폐를 촉구했던 자동차 관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권이 나서서 시장을 개방했지만 미국은 자동차 관세 철폐가 아닌 관세 삭감 합의도 보류했다”며 “국익이 지켜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게 불리한 자동차 관세 철폐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내 미 농산물 관세가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며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는 물론 밀, 치즈, 옥수수, 와인 등 많은 품목에 대한 관세거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상은 일본과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줄이도록 도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는 2단계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추가 교섭 후 철폐’를 명기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협상이 본격화하면 일본이 불리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억지 주장을 펼치며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자동차 관세 철폐 문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는 것을 전제로 미국이 2128억엔의 관세를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자동차 관세 철폐를 2단계에서 쟁취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1단계에서 일본 측에는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 관세라는 강력한 협상 카드가 있었지만 미국은 물러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 철폐를 얻어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다음달 9일까지 남은 국회 회기 안에 국회 비준을 얻어 내년 1월 1일부터 미일 무역협정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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