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지금 행동들은 다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됩니다."

BHC치킨 가맹점주와 본사간 갈등이 가맹점주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BHC 내부 문제가 전국 BHC가맹점협의회(가맹점주 모임)의 입을 통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일부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본사와 협의해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과도한 언론전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전국 BHC가맹점협의회는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출범 사실을 처음 대외에 알렸다. 이후 지난달 28일 본사를 200억원대 광고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이달 4일 본사 앞에서 변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 과정은 모두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됐다. 

BHC 점주들이 이용하는 내부 사이트에 불만 섞인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한 건 이달 4일 열린 집회의 예고기사가 보도된 이후부터다.

집회 예고기사가 나간 3일부터 본사와 협의회간 언론전이 이어진 지난 7일까지 해당 사이트에는 "열심히 일하는 많은 점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본사에 불만이 있으면 다른 것을 하길 바란다"거나 "그렇게 싫으면 간판을 바꾸면 될 것 아니냐" 등 감정이 고조된 글도 일부 게재됐다.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의 사례를 통해 프랜차이즈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은 곧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 다는 사실을 체감한 터다. 실제로 과거 오너리스크로 곤혹을 치룬 H치킨이나 M피자 브랜드는 사건 이후 매출이 40% 가량 급감한 바 있다. 

한 점주는 "시위하고 집회하고 고소하려고 협의회를 만든 것인지 묻고 싶다. 언론 노출로 인해 최근 며칠새 매출이 반토막이 됐다"고 호소하며 "지금 하는 행동들은 그냥 다 같이 죽자는 것밖에 되질 않는다. 협의회 라는 이름처럼 (본사와)지속적으로 만나서 의견을 나눈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가맹점주들도 협의회를 지지하고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점주는 "(최저임금 인상 등 상황에서)본사와 점주가 의기투합해야 할 시기인데, 혼란스럽고 답답하다. 회사와 점주의 마찰이 언론에 계속 공개된다면 다른 점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서로 조금만 양보해도 어느정도 협의점이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단체가 합류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외부 단체의 합류로 협의회 출범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외부 단체가 끼면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안을 확대하기보다는, 본사와의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한편 전국 BHC 가맹점협의회가 본사에 요구하는 내용은 △광고비로 가져간 금액에 대한 사용 내역과 남은 잔액 명세 공개 △가맹점에 공급하는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 마진 공개 △가맹점들의 협의를 통한 마케팅위원회 구성 △본사-가맹점 간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 크게 4가지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광고비·해바라기오일 공급가격 의혹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무혐의가 나온 부분"이라면서도 "협의회와의 미팅을 정례화해 소통을 더 활성화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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