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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음악에서는 피아노곡을 관현악곡으로, 관현악곡을 피아노곡으로, 다른 다양한 악기의 버전으로 편곡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작업은 일단 원곡이 잘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관객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점과 원곡을 망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y Andreyevich Rimsky Korsakov, 1844-1908)의 《왕벌의 비행》은 잘못될 가능성이 낮은 음악이다. 일단 빠른 스케일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를 준비가 되어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샤인’에서 데이빗 헬프갓(제프리 러쉬 분)이 피아노를 치고 싶은데 피아노를 칠 곳이 없자, 입에 담배를 물고 무작정 피아노가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치는 장면에서 나온다.

 

피아노 편곡-영화 ‘샤인’ 중 《왕벌의 비행》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도 좀 황당하지만, 천재를 부각시키려는 부분에 나온다. 독일인 피아니스트인 교수가 어린 경민(신의재 분)이가 천재성을 보이자 약간의 테스트처럼 이 곡을 시켜본다. 경민이는 초견으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을 아주 잘 연주하지만 실제 초견으로 그렇게 칠 수는 없다. 

 

림스키코프사코프는 ‘러시아 5인조’ 중 한 사람이다. 발라키레프(Milii Alekseevich Balakirev, 1837-1910)를 중심으로 퀴(1835-1918), 무소르크스키(Modest Petrovich Musorgsky, 1839-1881), 림스키 코르사코프, 보로딘(Aleksandr Porfiryevich Borodin, 1833-1887)으로 구성된 ‘러시아 5인조’는 러시아만의 음악과 색채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들은 특이하게 발라키레프를 제외하고 본업이 음악이 주가 아니었다. 

서유럽 음악에서 벗어나 러시아만의 음악을 추구하고 확립하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의 국민악파였다. 림스키코르사코프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였다.

 

1900년에 작곡된 《왕벌의 비행》은 림스키코르사프의 《술탄 황제의 이야기》 오페라의 한 대목으로(Сказка о царе Салтане) 제2막 1장에 나오는 관현악곡이다.

오페라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느 나라에 술탄황제가 있었다. 술탄은 나라에서 제일 부유한 상인의 세 딸 중 막내를 왕비로 맞아들였고 왕자도 낳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두 언니는 그 막내를 시기하여 왕비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렸고 헛소문을 믿은 황제는 너무 화가 나서 왕비와 아들인 왕자를 나무통에 넣고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 나무통은 어는 섬에 닿게 되고 왕비와 왕자는 그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비와 왕자는 벌떼들에게 마구 쏘이고 있는 백조를 발견하고 그 백조를 구해준다. 그때 벌떼들의 모습을 그린 음악이 《왕벌의 비행》이다. 백조는 감사의 보답으로 세 개의 선물을 준다. 보석으로 만든 열매를 따다 주는 다람쥐, 왕비와 왕자를 지켜줄 수 있는 무사들 그리고 마지막은 백조가 공주로 변해 왕자의 신부가 되는 선물까지 준다.

 

관현악곡-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피아노 편곡 임현정의 연주- 조르주 치프라 편곡 버전 《왕벌의 비행》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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