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한진그룹이 2020년 임원 인사의 행보가 파격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임원 인사를 통해 한진 그룹이 '세대 교체'를 맞았다. 

 

당초 이번 인사에서 경영 복귀 여부를 놓고 큰 관심을 모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한진그룹은 항공업계가 대내외 변수로 위기를 겪는 가운데 세대 교체를 통해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29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다음달 2일자로 단행된 2020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 시절 임명됐던 1940년대생 임원들이 물러나고, 1960년대생 임원들이 대거 중용됐다.

 

이번 인사로 물러난 서용원 한진 사장과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은 둘다 1949년생이다.

 

반면 우기홍 대한항공 신임 사장은 1962년생, 노삼석·류경표 한진 신임 부사장은 나란히 1964년생, 유종석 한국공항 신임 사장은 1960년생으로 모두 50대다.

 

지난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그룹 수장의 자리에 오른 조원태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인사인 만큼 이번 인사로 조원태호(號)의 방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조 회장은 청바지와 라운드티 차림으로 참석해 "한진그룹이 보수적이고 올드패션"이라며 '임직원 복장 자율화'부터 시작해 기업문화를 젊게 바꾸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조정과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시사한 만큼 첫 정기 인사의 폭도 클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조 회장은 간담회에서 "항공운송과 관련된 사업 외에 관심이 없다"며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그것을 서포트(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을 언급해 과감한 조직 개편과 '인사 태풍'의 가능성이 점쳐졌던 만큼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에는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 등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강성부 펀드'로도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 등이 맞물리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인사를 생략한 만큼 이번 임원 인사는 작년 3월 소규모 임원 승진 인사 이후 사실상 2년 만이다. 
   
   

조 회장은 그룹사 임원진을 세대 교체한 것 뿐만 아니라 사장 이하 임원의 직위 체계를 기존의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여 조직 슬림화를 꾀했다.기존에는 사장, 부사장, 전무A·전무B·상무·상무보 등 6단계를 거쳐야했지만 이를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로 줄여 불필요한 결재 라인을 간소화한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존에는 회장을 포함한 임원 규모가 108명이었지만 이번 인사와 직위체계 개편으로 29명(사임 18명, 그룹사 전·출입 11명)이 줄어 임원이 79명이 됐다.

   

임원을 줄인 대신 임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석(PGM·Principal General Manager)을 신설, 임원 후보군 17명을 별도로 선발해 조직 효율화를 꾀했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한진그룹 측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하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원 규모를 축소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하는 등 변화와 미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hyeon0e@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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