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위키,'조르주 치프라']

 

[서울와이어] 초등학교 저학년 미술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름으로 그림 그리기’를 숙제로 내주셨다. 자신의 이름을 어떤 방식이든지 독창성을 가지고 꾸미는 그림이었다. 난 별다른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무엇을 할까 마음속으로는 계속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TV를 보았다. 그때의 TV는 지금처럼 얇고 세련되게 벽에 걸려 있는 게 아니고, 커다란 갈색 박스에 들어가 있는 가전제품이었다. TV 위에는 올망졸망한 인형들을 놓았는데 아마 장식의 개념이었던 것 같다. 그 인형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귀엽지도 않았고 오히려 요즘 공포 영화에도 가끔 등장하는 못난이 삼 형제 인형이었다. 웃는 아이, 찡그린 아이, 우는 아이... 그러나 인형 속에 주어진 내 이름을 장식하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었다. 

 음악도 이미 주어진 음악을 다른 반주나 혹은 다른 악기로 편곡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헝가리 피아니스트인 조르주 치프라(프랑스어: Georges Cziffra, 1921-1994)는 작곡 뿐만 아니라 연주와 편곡에서 끝내주는 기교를 자랑한다. 리스트의 비르투오소의 연주를 능가하는 기교와 빠른 스케일 그리고 반음계를 옥타브로 연이어 사용하는 독특한 기법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테크닉을 요구한다.

 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유명한 곡이 몇 곡이 되는데, 그중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은 원곡보다 더 많은 음표가 들어있는 많은 꾸밈음과 반음계, 상행과 하행의 스케일 그리고 느리고 빠른 리듬감에 치중한 작품이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 –조르주 치브라 편곡

 

체코 지방의 경쾌한 2박자 춤곡을 담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는 원곡보다 더 신나고 상큼한 인상도 준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트리치 트라치 폴카》-조르주 치프라 편곡

 

 스케일 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연이어져 나오는 반음계를 사용하여 더 어렵게 편곡하였다.

 

최근 연주가 많이 되는 곡은 아람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이며 치프라의 편곡된 피아노곡이다. 

아람 하차투리안(Aram Khachaturian,1903-1978)은 소련의 음악가이다. 《칼의 춤》은 194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4막 5장의 발레 작품 ‘가이느(Gayaneh)’ 중 한 곡이다. ‘가이느’의 내용은 포악한 남편에게 살해당할 뻔한 부인이 자신을 구해준 경비대장과 사랑이 맺어지는 내용이다. 이 ‘가이느’의 음악 중 《장미 소녀들의 춤》, 《자장가》, 《칼의 춤》 등 3곡을 따로 떼어서 관현악모음곡으로 연주된다. 치프라는 《칼의 춤》의 관현악을 피아노로 편곡하여 그의 광적인 테크닉을 보여주었다.  

 

아람 하차트리안의 《칼의 춤》

 

아람 하차트리안 《칼의 춤》-조르주 치프라 편곡

 

<글 : 김유나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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