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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어느덧 김장철 끝자락이다. 

주부인 나는 이상하게도 여름이 지나고 기온이 서늘해지면 예정된 길을 가는 자연의 비워냄에 자꾸자꾸 신경이 쓰인다. 김장 재료들을 구입해야 하기에 자연이 비워내어 준 고추와 마늘 구입에 마음이 바빠진다. 

땅이 찬 서리에 더 얼기 전에 해야 할 많은 것들 중 하나가 김장이다. 겨울 김장은 최저기온이 0℃ 이하면서 하루 평균기온이 4℃ 이하로 떨어지는 시기에 해야 제대로 된 맛을 얻을 수 있다고 하여 나도 지난 주말에 김장 행사를 서둘렀다. 모처럼 옹기종기 가족들이 모여 가가호호(家家戶戶) 영양만점 겨울 양식을 마련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김치의 시작은 조선 중기 고추가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 조상들은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 두고 먹은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를 침채(沈菜)라 했는데 이 침채가 팀채로 바뀐 뒤 다시 이것이 딤채로 변하고 딤채는 구개음화하여 김채가 되었으며, 다시 구개음화의 역현상이 일어나서 오늘날의 김치가 된 것이라는 유력한 학설이 있다. 딤채라고 하면 어느 김치냉장고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딤채는 고려시대에 김치를 일컫는 말이다.  

예전에 어른들은 김장을 하고 연탄을 창고에 가득 들여놓으면 '월동준비는 끝났다'며 마음 속에 뭔가 든든하고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내가 어릴 적엔 보통 한 접, 두 접, 세 접 등 접 단위로 배추를 구입해서 김장을 해야 했기에 이사 갈 집 보듯 배추를 보러 다니던 엄마의 모습과, 수백 번 마당을 가로질러 창고에 연탄을 가득 채워주신 연탄아저씨의 검은 발자국이 기억난다.   
(여기서 '접'이라는 단위가 배추 100포기를 말하는 것이니 지금의 청소년들은 그 양을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했던 김치가 식생활 변화 및 인구수 감소 등으로 소비량이 줄고 있다.

개인의 삶이 풍요해지면서 “김장” 같은 겨우살이 준비 따위는 옛 이야기가 됐고 하우스 재배로 사계절 음식이 없어지면서 숱한 서양식 먹거리가 넘쳐나고 있다. 솔직히 식탁에 김치가 놓이지 않아도 전혀 허전하지 않은 가정도 많아져 옛 김장 풍경은 농촌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젊은 세대는 김치를 담가 먹기보다 필요할 때 사다 먹는 편의주의 시대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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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연간 김치 소비량이 1980년대에는 50㎏이었던 것이 2006년 34.4㎏을 줄더니 2018년에는 26.1㎏이었다고 한다.

우리 김치의 우수성과 효능은 세월이 지나고 과학이 발달할수록 더 많이 밝혀지고 증명되고 있다.

김치는 비타민(B1, B2, C 등)과 무기질(칼슘, 칼륨 등), 유산균 등이 풍부해서 항산화 효과, 피부노화 억제, 면역세포 활성화 및 암 예방, 비만 억제 ,알레르기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김치의 효능이 부각되기 이전, 유년 적부터 김치를 먹어온 한국인들은 복 받은 민족이라 할 수 있다. 김치를 유년 적부터 먹어온 한국인들은 복(福)받은 민족일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한국대표 저장식품인 김치는 세계를 겨냥한 한국의 경쟁력과 한국의 자존심이 되었다. 그렇기에 특히 김치 담그기는 한국여인의 절대적 자존심이자 자긍심으로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옛날에 비해 집 안 시설이 편하고 물량 또한 풍성함에도 불구하고,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담그는 김장량은 한 가구당 10포기 전후라고 한다.  

요즘은 김치 담그기 중 제일 힘든 과정인 다듬어 절이고 씻어 내는 과정을 다 거친 말끔한 김장거리를 원하는 날짜에, 내 집 문 앞까지 배달이 가능하여 예전 어머님들보다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이 음식을 쉽게 담글 수 있다. 아직 김장 전이라면 한국 여인의 자긍심으로 나와 가족의 건강에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유익한 김장문화 체험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 이라도 갖은 양념으로 솜씨 내어 직접 만들어 보는 창작의 기쁨을 누려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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